이제야 논문이란 걸 끝냈다. 마흔이 넘어 생애 처음으로 써 보는 논문이라는건데

이게 이리도 어려울줄은...짐작은 했으나...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정말 몰랐다...흐규...ㅡㅜ;;

 

일주일 전만 해도 이번엔 그냥 관련된 책만 읽고 그냥 다음 학기에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자료들, 그리고 그 자료들을 읽으면 또 다른 자료를 찾아야 하고..

정말 끝이 없이 반복이 되는 자료를 찾고 읽고 정리하는 그 순환에

아주 질려버렸고, 그렇게 길을 잃고 마는구나..싶었다.

 

<미학 오디세이>를 읽으면서 만났던 '마그리트'에 정신이 홀려 있었을 때,

마그리트의 그림은 물론 '데페이즈망'이 무언지에 대해, 짱가 오빠의 논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그 때 읽은 오빠의 논문으로, 이번에 논문을 쓸 때, 틀을 잡을 수 있었다면

 

그렇게 그 논문의 내용을 어떻게 전개해야할 지를 이 책이 잡아주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아직도 책과 자료들에 질식해있었을 것이다.

 

채만식에 관한 9편의 논문과

새로 발견한 채만식의 작품, <글루미 이맨시페이션>과 <혈전>이 들어있다.

논문을 쓰면서, 친일에 대한 글에는 <혈전>을, 해방후에 대한 글에는 <글루미 이맨시페이션>을 넣으려고 했으나

이미 'A4 10장 내외'라는 규정을 충분히 어기고 있었기에, 아쉽지만 넣지 않았다.

 

하여간 어렵지만 너무나도 주옥같은 글들이 들어있었다.

이번에 논문이라는 것을 쓰면서, 한 작가에 대해 이리도 많은 글들이 있고

그 글들 뒤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내가 이래저래 독후감을 쓰면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이리도 헛질일 수도 있고, 그러하기에 글을 쓴다는 것에 신중함은 항상 달고 다녀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매번 난 아마추어이고 그렇게 책임감 회피가 아니라 자유롭게 쓰겠다며

자유라하며 함부로 쓰고 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힘들게 쓰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 기회였기에 아주 좋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또 논문을 쓸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채만식의 작품을 다양한 시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에서 알 수 있는 반어의 미학이나, 독특한 문장이나, 창작 당시의 조선의 상황이나, 표현의 리얼리즘이나,

니힐리즘의 표현과 근대화에 대한 문제와 식민지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의식과, 해방후의 작품등...

 

작가 채만식의 작품에서 풍자와 이중 반어법에 빠져서 겁도 없이 시작했던 논문은

이 책으로 갈래를 나누고 그 속에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할지를 잘 알려주었다. 한 마디로 길잡이가 되었다.

 

다른 이의 수 많은 논문이 있었으나 읽을 시간과 체력이 부족했던바

이 책과 <채만식 중.장편 소설 연구>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어쩌면

돌아갈 길을 이 두 책 덕분에 지름길은 아녔을지 모르지만, 헤매지는 않았던듯 하다.

 

그렇게 이 책에 대한 독후감 대신 짧은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