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서 졸업 논문이란걸 쓰려니 눈이고 머리고... 정말 팽팽 도는 지경에 이른다.

읽은 책과 읽을 책들이 산을 이루는데 느닷없이 이 책이 왔다.

그러고보니 서평단에 신청을 했는데 깜박 잊고 있었던것!

 

책이 산을 이루고 있었기에, 게다가 제목에서부터 '철학...'이러니

무척 매력이 있으나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단어가 '콱' 박혀 있으니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괜히 이 책에 몸과 마음을 빼앗겨, 마감을 남겨둔 논문에 소홀할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던가.

읽어야 할 책들에 질려있은 상태였고, 누워도 계속 논문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에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책을 펼쳤고,

이런...읽자마자 후다닥 읽었다. 흐미, 재미있네..

 

사실 서술이 쉽게 되어있어서, 읽는 초반은 싱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철학'이러면, 왜인지 어려워야 제맛이라는 착각 때문일터인데, 그렇게

 

너무 쉽게 뻔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건 아닌지,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참으로 많이도 언급되었던 내용을 재탕, 삼탕을 하는건 아닌지, 그렇기에

별다르게 깊지도 않을 내용에 '철학'이라는 단어로 치장을 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번 서평을 아주 깐깐하게 쓰겠다는 마음을,

초반 두어챕터만 읽고, 먹었다.

 

허나 지금은 아주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러게, 철학이란게 별거냐.

우리가 생활속에서 수시로 하는 '생각'을 좀 더 깊게 하는 것이 시작일터인데

뭐, 꼭, 그런, 젠체하며 폼을 잡아야 할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아주아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난 이 책으로

 

논문을 쓰느라 팽팽 돌아가는 눈과 머리를 제대로 잡아 붙을어 맬 수 있었다.

 

인생 / 삶 / 죽음 / 행복 / 만족 / 정의 / 선택 / 법 / 도덕 / 자유 / 용서 / 약속 / 진실 / 죽을 권리...

 

이러한 주제로 21챕터로 나눠있는 이 책을, 깝죽거리던 첫 마음이 사라진 뒤에는

하루에 한 챕터씩, '하루에~~ 한가지~~ 바람돌이 선물~~'처럼 읽으려 노력했고,

그렇게 아껴가며 읽었다.

 

그 챕터중에 나를 가장 끌어당긴 것은 '17. 용서는 왜, 어떻게 하는 것인가' 였다.

나의 많은 단점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용서'를 잘 하지 않으며 (사실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용서'대신 '복수'를 좀 '가혹하게' 한다는 것이다.

 

'버럭'은 잘 하지만 '화'는 잘 내지 않고

그래서 잘 담아두지는 않지만, 한 번 앙금이 남으면, 언젠가는 꼭 '가혹한' '처벌'을 한다.

 

나에겐 '용서'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단어이다. 그 이유가 바로 책에 있었다. 내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화해를 해야 한다는 것.

 

화해를 할 정도의 앙금은 아예 만들지 않는다. 물론 내 기준이다.

우선 난 내가 화를 냈다면 그 사람을 보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어떤 일이건) 내가 화를 냈다는게, 화를 낸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으로 다시는 안 보면 되는데

더 싫은 경우는, 잘못했다며 사과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아무리 진심이라고 해도, 난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있는대로 생채기를 낸 다음에,

아무리 진심이라고해도 '미안하다'라는 말을 하면 난 무조건 '용서'를 해야하는 그러한 상황이 싫기에

차라리 제발 잘못 했으면 그냥 내 눈 앞에서 꺼져주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사과를 해도 난 그 상처가 흉터는 커녕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지는 사과를 했으니, 난 용서를 해 주어야 한다니, 이건 무슨 어거지인지.

 

그래서 난 용서를 하는 것이 싫고, 그러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 싫다.

 

물론 나도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하지만, 그때는 나도 사과를 하지만 용서를 빌지 않는다.

용서는 잘못을 한 사람의 몫이 아니라, 그 잘못에 상처가 난 사람의 몫이기에

그냥 처분을  기다리고 어떤 처분이든 받아들일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가해자가 용서를 빌었다며 떳떳한듯 행동하는 따위는 정말 역겹다.

 

 

하지만 위의 말로 필자는 왜 용서를 해야하는지를 말 하지만,

나에겐 와 닿지 않는다. 사과에 진심이 담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그 사과는 상대방이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하고, 그래야 용서가 가능한데

자신을 위해 용서를 하라는 말은 공허하다.

 

피해자의 마음은 아직 아닌데, 어거지로 용서를 한다는 건 옳지 않다.

 

물론 더불어 살아가는게 사회라지만, 가끔은, 아니, 아주 자주

상종 못할 인간들이, 편협함을 능숙하게 세련된 치장으로 감추고 있는 인간들이 사실

 

도처에 깔려 있다는 것을 최소한 나는 알겠기에 말이다.

 

그래서 난 그러한 인간과는 상종하고 싶지 않다. 나도 모르게 그러한 가식적이고 이중인격적인 것을 배울까 두렵다.

 

하여간 좋은 이야기가 참 많다.

논문을 쓰면서 좀 뜬금없지만 니힐리즘이나 니체와 하이데거의 책을 읽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 니체의 여러 말을 만나면서는 어떤 '인연'같은 걸 느끼면서

올 하반기는 니체에 관한 책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읽으면서 재미나길래, 내용 중 한 챕터를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물론 책에는 다양한 가정이 나온다)

그렇게 한바탕 떠들게 놔 둔 다음에, 다음 주까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이고, 그 이유를 말해보자고 했다.

 

이 책은 이렇게 쉬운듯 하면서도 어려운 많은 이야기를 술술 잘 풀고 있다.

물론 그렇다. 똑 부러지는 정답같은 해답은 없다. 어쩌겠다. 당연한 것 아니겠나.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고 그렇기에 다양한 이야기로 세상이 돌아가니 말이다.

 

그 속에서 나와 같거나 비슷한 것을 만날 때도 좋지만

가끔은 나와 상반대는 이야기를 만나면서, 내 생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것도 좋기는 하다.

 

물론 그렇다고 내 생각이 꼭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 이 책은 '인터파크의 5월 신간 리뷰단'으로 책을 기증받아 쓴 독후감입니다.

니체를자꾸나체라고쓰는이음란마귀씌인손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