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의 지난 주제인 '죽음'을 만나면서 집에 있던 여러 책들을 곁을여 읽었다. 그 중에 이 책도 있었다.

 

 

어쩌다 이 책까지 읽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친구 집에서 미학에 관한 책들을 읽다가 <미학 오디세이>를 만났었는데, 그 책의 저자가 '진중권'이기에 이 책까지 옮겨간듯 하다. 읽은지 3년여가 지난 다음에 다시 집어들면서는 기분이 묘했다.

 

다시 읽으면서는 보는 시각이 달라진건지 아니면 마음이 변한건지, 그때와는 다르게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대신 '죽음'에 대한 생각이 더 깊어졌다. 아무래도 모임을 하면서 3달여를 '죽음'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을 알게되는 지식적인 면의 깊이가 더 깊어졌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항상 주위를 맴돌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곁에 두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 의지로 아직은 거내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치워두고 있었다는 나의 생각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기에 달라진듯 하다. 아직은 '나'와의 거리를 나 스스로 두게 될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조금 거리를 두고 '죽음'이라는 단어에 '나'를 지우고 생각을 해도 힘들지 않을 정도가 되었음이

그덕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는 덜하게 되었을지언정, 두 눈을 독바로 들고 볼 수 있게 되었음이 좋았다.

 

내용이야, 세달여 동안 읽은 많은 책들처럼, 죽음이 사실을

예전에는 생활 주위를 맴도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종교가 위세를 떨치면서 점점

인간을 종교에 구속시키기 위한 방안중 하나로 '죽음'에 '지옥'의 개념을 넣어가며

무섭고 불쾌하고 더럽고 피해야하는 것으로, 그렇게 신에게 의지해야만 그러한 것들에게서 구원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음을, 역사적인 사실과 그림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책의 내용을 다시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시 읽으면서는 2권까지 읽겠다며 머리맡에 두고 읽었는데

1권만 간신히 읽고 그냥 책장에 다시 꽂아두기로 했다.

 

3년여전에도 미학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사로잡혀서 책읽기를 했었나보다. 사실 그러한 주제를 스스로 잡았다기보다는

친구의 책장에 꽂혀있던 책들을 읽다보니 그렇게 되었던것일게다. 하여간 한참을 그 책장에서 서성거리기만 했었지

너무 어렵고 범접하기 어려운 주제일 것이라는 생각에 눈팅만 하고 있다가 손을 대기 시작했고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면서도 나를 지탱해온 주제에 손을 대기 시작했었는데,

어느 순간엔가 잊고 있다가 이렇게 모임의 주제를 만나서 아주 즐겁게 고맙게 잘 읽었다.

 

이제 모임에 나가지 않는다. '죽음'의 주제 읽기의 마지막 책인 <우리는 어떻게 죽고 싶은가>는 읽고도 나가지 않았다.

마지막 책은 그래도 읽었으니 나가야 하는게 맞는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즐거움만을 따라가기엔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먼저 해결해야한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항상 나는 좋은걸 참는 건 잘 하지만, 하기 싫은건 정말 안 하기 때문에

 

이번엔 하고 싶은것도 참고 하기 싫은 것을 하기 위해 탈퇴라는 강수까지 썼는데,

요새 며칠을 책을 읽고 싶은데 짜증 지대로이면서 미친듯이 음악을 들으면서 과제를 하는 중이다.

은근 내가 대견하다.

 

그렇게 나를 괴롭히면서도 지탱해온 주제를 또 한번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슬쩍 뒤에, 혹은 옆에 밀쳐두곤

나의 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막상 당장 두 손에 그것을 꺼내 든다고해서 뭐 그닥 달라질 것도 없기에

그리고 내가 간절히 원한다고 찾아 오는 것도 아니기에, 그리고 고맙게도 언젠가는 나를 꼭 찾아올 것이기에

 

불안해 하지 않고, 어느 순간에 찾아오면 그저 반갑게, 만나고 싶었다고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도 편안하다.

 

절대 변하지 않는 신념따위는 집어치우고

나의 생각에 의심을 해가며, 혹여 나의 생각이 흔들려 억장이 무너진다 하여도

어쩌겠나. 그땐 그때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될 터이니.

 

잡소리에 흔들렸다면 난 이미 지금의 내가 아닐터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