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우리 몸은 원자에 비해 왜 그렇게 커야만 하는가?

...(중략)...

만약 그렇지 않고 우리가 매우 민감한 유기체여서 한 개 내지 몇개의 원자까지도 감각기관이 인지할 수 있다면 도대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한 가지만 말한다면, 그러한 유기체는 일련의 긴 역사적 과정을 거쳐 많은 개념 가운데서 결국 원자에 대한 개념을 형성하게 되는 고도로 정돈된 사고체계를 발달시킬 수 없었으리라는 점이다.

 

 : 34~35쪽

우리는 모든 원자가 완전히 무질서한 열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한 무질서한 열운동 자체 덕분에 원자들의 질서 있는 행동이 가능하지 않으며, 적은 수의 원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떤 예측가능한 법칙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다. 통계법칙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가 상호작용하는 경우에만 적용되며, 관련된 원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비례하여 이들 집합체의 행동은 더욱 정확하게 통계법칙을 따르게 된다.

 

: 38쪽

어떤 특수하고 구체적인 경우에 적용할 때에는 그 법칙의 물리학적 정확성이 항상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 46쪽

한 유기체가 비교적 큰 구조를 가져야만 유기체의 생명현상과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에 대해 편차가 작은, 즉 상당히 정확한 법칙이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50쪽

개체의 가시적이고 뚜렷한 성질들로서 몇만 년에 걸쳐서는 변할지 몰라도 몇 세대 사이에는 큰 변화 없이 유전되어서 몇 백 년 동안은 영속적이다. 이것은 매우 경이적인 일로서 단지 한 가지만이 이것보다 더 경이롭다. 그 경이로운 것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있지만 또한 서로 다른 차원에 속해 있는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전존재가 이런 종류의 경이로운 상호작용에 전적으로 기초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바로 그러한 사실에 대해 대단히 많은 지식을 얻을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 73쪽

예외가 있다는 말은 법칙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 77쪽

그러나 40년쯤 전에 네덜란드 사람 드브리스는 완전히 순수하게 교배를 한 가계의 자손들에서도 아주 적은 수의 개체에서, 가령 몇만 개 가운데 두세 개에서 작지만 '도약적인'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도약적'이라는 표현은 변화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뜻하는 마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은 것과 변화한 것 사이에 중간형이 없다고 할 정도로 불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브리스는 이러한 현상을 돌연변이라고 불렀다. 중요한 사실은 '불연속성'이다. 이것은 물리학자로 하여금 바로 이웃하는 에너지 준위 사이에는 에너지의 중간단계가 없다는 양자물리학 이론을 연상케 한다.

 

 : 79쪽

원리적으 둘 다 독같은 권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정상적이라고 하는 특성들도 과거의 돌연변이에서 유래하였기 때문이다.

 

 : 83쪽

똑같은 원자들의 모임이지만 분지를 이루는 데 한 가지 이상의 방법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은 화학자에게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한 분자들을, 즉 구성원자는 같지만 원자들 사이의 결합방식이 다른 분자들을 이성체라고 부른다(이성체라는 낱말 자체도 '같은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진' 물체라는 뜻이다). 이성체가 생기는 것도 예외적이거나 우연한 현상이 아니고 법칙에 따른 것이다.

 

 : 114쪽

양자역학은 그 근본원리들로써 자연계에서 실제로 발견되는 모든 종류의 원자집합체를 설명하는 최초의 이론이다.

 

 : 123쪽

분자가 액체나 기체상태보다는 고체 상태에 더 가깝다는 개념을 주지 못한다.

...(중략)...

 

분자 = 고체 = 결정

기체 = 액체 = 비결정

 

우리는 이러한 구별을 간략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른바 비결정 고체는 진정으로 비결정도 아니고 진정으로 고체도 아니다.

 

 

 : 124, 126쪽

분자는 구조의 견고함이 결정과 똑같다. 우리가 유전자의 영속성을 설명하기 위해 의지하는 것이 바로 이 견고함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 127쪽

...(전략)내가 이 책을 쓰게 된 유일한 동기가 되었다.

 유전물질의 일반적 형상에 관한 델브뤽의 모델로부터, 생명을 가진 물질은 지금가지 확립된 '물리법칙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동시에 여태껏 알려지지 않은 '다른 물리법칙들'도 포함할 것 같다는 견해가 도출된다. 그러나 이러한 '다른 물리법칙들'은 제대로 밝혀지게 되면 전자, 즉 알려진 법칙들만큼 이 학문의 주요한 부분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 142쪽

생명은 질서가 무질서로 전환하는 경향에만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유지되고 있는 질서에도 부분적으로 근거하는 물질의 질서정연하고 규칙적인 현상인 것이다.

 

 : 143쪽

물리학자 이외의 사람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한 것이라고 간주하는 여러가지 일반적인 물리법칙이 사실상 무질서로 전환하는 물질의 통계적 경향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1장에서 몇가지 예를 들었다. 이러한 사실과 관계있는 일반적 원리는 유명한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원리)과 도 그만큼 유명한 그 법칙의 통계적 토대이다.

 

 : 144쪽

따라서 살아 있는 유기체는 계속해서 자체 내의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어떤 사람은 양의 엔트로피를 만든다고 말할지 모른다) 죽음을 뜻하는 최대 엔트로피의 위험한 상태로 다가가는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그러므로 유기체는 환경으로부터 계속하여 음의 엔트로피를 얻어야 죽음에서 멀리 벗어나, 즉 살아 있을 수 있다. 음의 엔트로피는 우리가 곧 보게 되는 바와 같이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유기체가 먹고사는 것은 음의 엔트로피이다. 도는 덜 역설적으로 말해 대사과정의 핵심은 유기체가 살아가는 동안 생성할 수밖에 없는 모든 엔트로피로부터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다.

 

 : 147~148쪽

고등동물은 음식물인 유기화합물 속에 들어 있는 질서를 이용한 뒤 상당히 대사된(분해된) 형태로 그것을 (자연계에)되돌려 준다. 그러나 완전히 분해된 상태로 되돌려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식물이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물론 식물은 태양 빛으로부터 가장 강력한 음의 엔트로피 공급을 받는다).

 

 : 152쪽

그리고 우리의 몸에서 열이 방출되는 현상은 우연한 것이 아니고 필수적인 것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러한 현상이 우리의 일상생활 과정에서 계속 생산되는 잉여 엔트로피를 처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 154쪽

간략히 말하자면 우리는 존재하고 있는 질서가 그 질서 자체를 유지하며 또 질서정연한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힘을 보여주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 159쪽

그러나 그럴 때마다 우리는 완전한 불규칙성을 발견하게 되는데, 많은 원자들에 대해 평균적으로 이야기할 때에만 규칙성을 말할 수 있다.

 

 : 160쪽

'무질서로부터 질서' 원리는 자연계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원리만으로 자연계 사건들의 거대한 경향, 그 가운데에서 우선 여러가지 사건의 불가역성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계의 사건들로부터 유도되고 도출된 '물리법칙들'이 생명체의 행동을 올바르게 설명하기에 충분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명체의 가장 현저한 특징은 '질서에서 질서' 원리에 많이 근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두 개의 전혀 다른 기전에 의해 똑같은 유형의 법칙이 생겨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가진 빗장열쇠로 옆집의 문도 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 164쪽

의식은 결코 다중적으로 경험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한 가지로만 경험된다. 두 사람(인격)이 교체되어 나타나는 분리의식이나 이중인격과 같은 병적인 상태에 있어서도 두 가지가 결코 동시에 나타나지는 않는다.

 

 : 180쪽

의식은 스스로가, 한정된 공간을 차지하는 물질의 구체적인 상태, 즉 신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또 그것에 의존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사춘기, 노화, 망령 등 신체의 발달과 성숙에 따른 정신의 변화를 생각해보라. 또는 발열, 중독, 마취, 뇌병변 등이 정신상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고려해보라). 자, 이렇게 되면 한 사람에서도 비슷한 신체가 여러개 존재하는 셈이 된다. 이에 따라 의식 또는 정신도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은 매우 그럴 듯해보인다. 서양철학자의 대부분의 물론이고 아마도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이면 누구나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여왔을 것이다.

 

 : 181쪽

그렇지만 인생에는 단절이 없다. 삶 속의 죽음이란 없는 것이다. 숙련된 최면술사가 여러분의 어렸을 때와 젊은 시절의 기억을 모두 완전히 밝혀내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은 그가 '여러분'을 죽인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애도해야 할 개인적 존재의 소실을 없다. 언제까지나 없을 것이다.

 

 : 1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