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거 무지 재밌어요.

 

 수업을 하는 한 녀석의 집에 이 책이 있었다. 그런데 난 읽어 본적이 없는 책이다. 그녀석은 재밌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이 한에는 이해종의 <자유종>, 안국선의 <인력거꾼>, 신채호의 <꿈하늘>도 들어있다.

 

 이해조의 <자유종>은 융희 2년 음력 정월 보름 이매경이란 가정부인의 생일잔치에 신설헌, 홍국란, 강금운 이라는 부인들이 초대를 받아 마주 앉아서 나라의 이러저러한 일에 대해 토른을 벌인다. 한마디로 토론체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소설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인물의 성격이나 갈등이 묘사되지 않고 그저 말(대화)로 작가가 하고자하는 의도(주제)를 읊으니 좀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1910년에 발표되었고, 그때는 아직 소설적인 양식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에,

 이 소설을 읽을 때는 무엇을 말하고자하는지, 그러니까 이해조의 개화 의식을 듣고 이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하겠다.

 작가 이해조가 주장하는 것은 여권 신장 / 여성 교육의 중요성 / 자녀 중심의 교육 / 근대적 학문의 필요성 / 종요 교육 제도 비판 / 적서 차별 폐지 / 반상 문제 / 지방색 타파 / 한자 사용 비판 / 고대 소설 비판 / 자주 독립의 염원 등이다.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은 신소설로 동물들이 인간의 잘못된 점을 들추는 회의 상황을 묘사한 우화 소설이다.

 제1석 반포지효는 까마귀가 나와 인간의 불효와 불충을 지적하고 - 불길한 울음소리라는 말을 듣는다

 제2석 호가호위는 여우가 나와 인간이야말로 힘센 자에게 빌붙는다며 지적하고 - 호랑이를 뒤에 세우고 자신이 돋보인 행동을 지적

 제3석 정와어해는 개구리가 나와 외국 문물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을 지적하고 - 우물안 개구리라며 소견이 좁음에 놀림 받는다

 제4석 구밀복검은 벌이 나와 표리부동하고 약육강식을 일삼는 것을 지적하고 - 침을 쏘는 것은 자신을 지키는 것이고 쏘면 죽는다

 제5석 무장공자는 게가 나와 사람은 물질, 권력 앞에 빌붙는 것을 지적하고 - 배알이 없다고 놀림을 받는다

 제6석 영영지극은 파리가 나와 인간은 신의가 없고 서로 헐뜯는 것을 지적하고 - 간사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제7석 가정맹어호는 호랑이가 나와 탐관오리와 흉포한 인간을 비난 - 포악하고 무섭다는 소리를 듣는다

 제8석 쌍거쌍래는 원앙이 나와서 인간들의 성적으로 무절제하고 문란해진 부부간의 윤리를 비난 한다.

 토론은 끝나고 화자는 동물들이 하는 말이 다 옳다고 하곤 구원받을 길은 회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잎의 <자유종>보다는 문체와 문장, 내용 면에서 많이 발전했으나 그 많은 비판의 기준이 기독교적인 이념에만 맞춰져있고, 비판에 대한 제대로 된 대안을 보여주지 못함은 좀 아쉽다.

 

	요순 적에도 봉황이 나왔고, 왕망이 때도 봉황이 나오매 요순 적 봉황은 상서라 하고 왕망 때 봉황은 흉조처럼 알았으니, 무슨 소리든지 사람이 근심 있을 때에 들으면 흉조로 듣고, 좋은 일 있을 때에 들으면 상서롭게 듣는 것이라. 무엇을 알고 하는 말은 아니요, 길하다 흉하다 하는 것은 듣는 저희에게 있는 것이요, 하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어늘 사람들은 말하기를 까마귀는 흉한 일이 생길 때에 와서 우는 것이라 하여 듣기 싫어하니, 사람들은 이렇듯 이치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동물이라, 책망하여 무엇 하겠소.
페이지 : 83 "금수회의록" 중에서

 

	나의 지식이 저 사람보다 조금 낫다고 하면 남을 가르쳐 준다 하고 실상은 해롭게 하며, 남을 인도하여 준다 하고 제 욕심 채우는 일만 하며, 어떤 사람은 제 나라 형편도 모르면서 타국 형현을 아노라고 외국 사람을 부동하여 임금을 속이고 나라를 해치며 백성을 위협하여 재물을 도둑질하고 벼슬을 도둑질하며 개화하였다 자칭하고, 양복 입고, 단장 짚고, 궐련 물고,...(중략)...우리 개구리의 족속은 우물에 잇으면 우물에 잇는 분수를 지키고, 미나리논에 잇으면 미나리논에 있는 분수를 지키고, 바다에 있으면 바다에 있는 분수를 지키나니, 그러면 우리는 사람보다 상등이 아니오니까.
페이지 : 97 "금수회의록" 중에서

 

 반성의 계절인가. 소설적 재미도 있지만, 내용을 읽으며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진다.

 

 안국선의 <인력거꾼>은 읽으면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으르고 술을 좋아하는 김 서방은 아내의 충고에 마음을 잡고 인력거꾼이 되는데, 첫날 부인이 잘못 깨워 새벽인 줄 알고 밤에 나갔다가 거금을 주워, 한껏 술에 취해 들어온다. 다음 날 부인에게 그 돈 이야기를 하니, 부인이 무슨소리냐며, 꿈을 꾸었냐며 또 술을 먹으면 죽겠다며 죽는소리를 한다. 정신을 차린 김 서방은 열심히 일을 하며 3년의 시간이 지나고 부인이 고백을 한다. 그날 밤에 사실 돈을 가져온 것이 맞고, 마음을 먹기로 해놓고 돈 때문에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돈을 경찰서에 맡겨 두었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서 도로 받아왔다는 말을 한다.

 부인의 현명함에 김 서방은 정신을 차렸고 돈도 얻은 것이다.

 

	" 내가 오늘 이러한 기쁘고 좋은 말 하게 된 것은 모두 자네 덕일세. 마누라가 그때에 그렇게 아니 하였더라면 나는 그 돈을 다 썼을 터이오. 구차란 놈이 별안간 돈 잘 쓰는 것을 경찰서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는가? 징역은 갈데없이 하였을 것이오. 또 오늘 이렇게 돈이 남을 수가 있었겠는가? 자, 나는 부자 되었다고 마음 놓을 수는 없으니, 돈은 다 자네가 가지고 논도 사고 땅도 사게. 나는 인력거 벌이는 내어 버리지 못하겠네......"  김 서방은 인력거를 끌고 병문으로 나아간다.
페이지 : 143 "인력거꾼"중에서

 

 이 작품은 신소설이 현대적 단편 소설로 발전하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는 데 문학사적 의의가 있다고 살 수 있단다.

 

 신채호의 <꿈하늘> 1916년에 쓰여졌다. '한 놈'이 이러저러한 일을 겪으며 '도령군 놀음 곳'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을지문덕 장군, 강감찬 장군, 풍신수길등을 만나는데, 민족의식과 애국 계몽 운동에 해한 열정이 가득한 그가 국가 독립에 대한 열망을 소설로 썼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읽으면서 이애가 잘 되지 않아 부분, 부분 다시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 놈'이 왼 몸과 오른 몸으로 나뉘어 환상적인 싸움을 하기도 하고, 여섯 분신을 얻기도 하고, 그 분신들이 하나씩 죽어가는데 너무 어려웠다. 읽으면서 '이건 뭐지?'했다. 음...다시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설에서는 이것을' 아(我)와 비아(非我)와의 싸움'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는데 그러한 생각을 못하고 분열증 비슷하게 생각했다.

 신채호가 썼고, 1916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소설속에 나오는 을지문덕 장군이나 강감찬 장군등의 등장으로 애국심에 대한 소설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분열증에 맞춰지면서 환상적인 - 좀 무서운 쪽으로- 소설로 느껴지면서 뭔가 번뜩였나.

 물론 번뜩인건 번뜩인 걸로 끝날 테지만 말이다.

 

 너무 오래간만에 독후감을 쓴다.

 잠시라도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너무 깊에 빠질것만 같아서 억지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