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2일의 6번째 독서 모임의 필독서였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이젠

 모임의 필독서를 읽으면 내 생각을 정리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읽었을지가 제일 궁금해진다. 그렇게 책을 읽고 모임에 나갔다. 이번 모임의 주제는 '세대론'이었다.

 

 세대론이라는 단어도 처음 만났다. 설명을 들으니 말 뜻을 알겠으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세대론'을 시대별 세대정리와 헷갈리면서 장황한 이야기를, 게다가 난 사회자였음에서

  말들을 쏟아냈고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을 다른 분이 잡아주셔서 다행히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 이 낯뜨거움!

 

 재미는 있었다. 술술 읽었고 덜그럭 거리는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회전복을 이루기위한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것에 납득이 가지 않아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자살을 하는 이유가 사회적인 문제일 때도 있지만 -빈곤과 복지 등의 문제

 자살을 하는 건 결국 개인의 선택이기에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러한 개인적인 것으로 공공에 대항하는 일종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아서

 재밌게는 읽었으나 시비를 걸고 싶었다.

 

 

	논쟁적이기를 마다하지 않는 작가의 등장이 반갑다. -신형철
페이지 : 349 "추천의 말" 중에서

 

 그런데 나를 잡아주신 분께선 이러한 난장같은 논쟁이 작가가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며 평론가 신형철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비를 걸겠다는, 한번 싸워보고 싶다는 나를 무장해제 당했다.

 

 신형철이라는 이름을 보면서 좋은점만 써댄 것일거라는 생각에 읽고도 머리에 남기지 않은 말에 어떤 이는 책을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사실 읽으면서 자살에 임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인터뷰를 하거나 혹은 어디선가 읽은 자료들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자살에 성공한 사람들과는 인터뷰가 불가능하니 시도한 사람들을 조사를 했겠으나

 작가는 시도한 사람들의 속까지 들여다보지 못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뢰가 깨졌고 그러다보니 읽으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늘어났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세대론'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고자 하는 것이 아녔다.

 

 책을 읽으면서 목적을 상실하고 혼자 엉뚱한 곳에 가서 헤매고 있었던거였다.

 

 

	계획을 잘만 세운다면, 사악한 상상력이 따른다면, 단 몇 명의 죽음으로도 세상을 흔들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페이지 : 18 "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중에서

 

 이러한 발직한 생각으로 세화는 세력을 모으고 충격적인 자살사건을 일으킨다.

 

 

	자살 선언자들의 목표는 완성된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사회의 천박함과 불완전성을 고발하고 자신들이 품고 잇는 위대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있으며, 그 방법은 오로지 죽음이라는 완전한 거부뿐이다.
페이지 : 208 "1부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 중에서

 

 모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표지와 제목에 대한 각각의 해석과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정말 다양한 말들이 나왔다.

 그런데 난 그 안에서 계속 반박질을 하고 있었다. 어느새 난 꼰대가 된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우리에게 칠십년대는 파괴와 거짓 희망, 모멸, 폭압의 시대였다....(중략)...물론 이것은 우리 세대가 처음 겪는 일은 아니었다.....(중략).... 그런데도 과거 어느 세대보다 놓은 교육을 받았다는 바로 우리 세대가 윗세대들과 '연대'라도 한것처럼 잘 단결해 무서워하고 있었다....(중략)...순응과 무저항을 안전한 생활 방식으로 터득한 사람들에게 고문이나 투옥은 밤잠을 빼앗아갈 정도의 공포가 이미 아니었다. 육십년대에 새파랗게 젊었던 우리 세대는 서른 몇 살이 되어 바로 윗세대들과 똑같이 '실패자'가 되는 것을 무서워 하고 있었다....(중략)... 말이 아닌 '비언어'로 우리를 괴롭히고 모독하는 철저한 제삼세계형 파괴자들을 '언어'로 상대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아 며칠 밤을 새우고도 제대로 된 문장 하나 못 써 절망에 빠졌던 것도 바로 나였다.
페이지 : 11 "작가의 말" 중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이성과 힘. 2014년 1월. 초판 150쇄.

 

 '나'힘들다고만 하지 말고 옆도 돌아보면서 열중하고 노력하고 연대해야한다는 말을 떠들어대고 있었다.

  어느 늙다리가 젊은 애들에게 '내가 말이야~~~"이러면서 떠들어대고 있었다. 이건 뭐하는건지.

 

 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도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를 쏟아내는 20대~30대들의 말을 들으면서

 내 머리가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입만 나불대고 있었음을 깨달으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이래서 내가 이 모임에 빠져드는 것이다.

 

 사적으로 만나 생각을 말한다면 들을 일도 없고 다른 사람의 충고어린 말에 동의할 생각이 별로 없는 성격이기에.

 하지만 같은 책을 읽고 그것을 근거로 이야기를 나누니

 대놓고 나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혹은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나 스스로 한참을 잘못 가고 있었음을 느끼고

 내 생각이 무엇인지에 빠지지 않고 자꾸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해 궁금은 하지만 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한 적은 별로 없기에 나에겐 아주 새로운 경험들이다.

 

 책 자체는 읽으면서 선입견으로 오독을 했으니 제대로 무언가를 건진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 책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만나면서 지금의 내 머리가 딱딱하고 생각이 얼마나 고루하며

 꼰대처럼 가르치려 드는지를 깨달을 수 있어서 진심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하여간 그날 이후 감기로 고생하고 컴퓨터가 고장 (실은 고장이 아녔지만!)나서 이제야 독후감을 올리기에

 그날의 낯뜨거운 내 행동이 시간속에 많이 희석이 되어 무척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머리와생각은딱딱해지는데왜마음은딱딱해지지않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