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겁도 없이 <고전소설강독>이라는 과목을 기대했다가 펼치곤 죽을맛이 또 반복되고 있다.

 하여간 익히 들어는 봤으나 읽어본 기억이 없는, 그런데 내용은 대충 아는 책 중의 하나인 <사씨남정기>를 읽었다. '사'씨가 집에서 좇겨나고 남쪽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제목으로 붙은 거였다. '사'씨가 남쪽에 갔던 일,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익히 알다시피 그게 다가 아니긴 하다.

 

 사씨는 인현왕후, 교씨는 장희빈으로 배경은 중국 명나라이라서 슬쩍 빗대어 썼다.

 

 남다르게 지혜롭고 현명했던 사씨는 결혼한지 10년이 지나도 아들을 낳지 못함에 첩을 두도록 남편 한림을 부추겨 교씨를 들인다. 

 남다를 외모에 교태가 흐르는 (그래서 교씨인가?) 그녀는 아들을 낳았으나, 후에 사씨 또한 아들을 낳자,

 자신의 자리가 위험해질까 온갖 술수(장희빈이 한 짓과 비슷)를 쓰곤 결국 자신의 아들의 죽음을 빌미로 (같이 비방을 쓰던 놈이 죽임) 사씨를 내쫓고 한림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자 대놓고 한림의 지인과 정을 통하다가 집을 거덜내고 그 지인과 결혼을 한다.

 교씨는 사씨의 아들을 죽이려고 했으나, 가엾어 하는 여종이 강기슭에 살려주었고,

 자신을 죽이려는 교씨의 계략을 눈치 챈 사씨는 남쪽으로 도망을 간다.

 후에 간신 (교씨와 바람난 놈이 빌붙은 높은 놈)의 모함으로 유배를 가고 죽임을 당할 뻔 한 한림은

 죽은 시아버지가 사씨의 꿈에 나타나 예견한 강에서 미리 배를 준비하고 있던 사씨와 만나서 그동안의 잘못을 깨닫고 뉘우치고,

 정치를 엉터리로 하던 왕이 정신차리고 간신배를 죄다 죽이는바람에 교씨는 바람난 사람과 교씨는 도망자처지가 되고 도둑에게 전재산을 털리고, 유배되고 죽임을 당할 뻔했던 한림은 다시 관직에 오르게 된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한림은 서둘러 사씨를 들이고, 유명한 기생이 된 교씨의 소식을 들은 한림은, 다른 사람인척 하며 그녀를 첩으로 들이는 척 하며 그녀를 끌어들이곤 사형을 시킨다.

 잃었던 아들은 예전 사씨와 연분이 있던 스님의 조카인 임씨가 기르고 있었고, 결국 아들을 만나고 임씨는 한림의 첩이 되어 행복하게 살면서 끝이 난다.

 

	'지난번 교씨의 말은 그저 질투이겠거니 생각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부인이 이런 일까지 할 줄은 미처 몰랐구나. 애초에 자식이 없을 때는 스스로 교씨를 맞아들여 놓고 이제 자식을 얻으니 독한 계교를 꾸민 게 분명하다. 밖으로는 어진 체하고 안으로는 간악한 짓을 하는 몸쓸 여자로다'  어느새 한림은 교씨의 말만 믿고 사씨을 의심하고 있었다.
페이지 : 41 "교씨의 간계" 중에서

 예전엔 자신의 생각이 제대로 박혀있다면 주위가 아무리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환경탓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고 사실 핑계를 대는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요즘은 좀 바뀐다.

 시도때도없이 수시로 흔들어 대면, 그리고 더러운 물에 몸이 잠기거나 냄새나는 것과 가까이 하면 어쩔 수 없이 몸에 뭍고 냄새가 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옳지 않은 것에 물드는게 당연하다는 말이 아니라, 그러니까

 

 아예 그러한 것들과는 가까이 하면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림은 처음엔 교씨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는데, 결국엔 사씨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결국엔 사씨를 내쫓고 말았다.

 그걸 교씨 때문이기에 한림의 잘못이 없다라는 말이 아니라, 사람이기에 그럴 수도 있으니 아예 처음부터 교씨를 들이는게 아녔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교씨를 첩으로 들이는 것에 사씨가 적극적이었으니, 원!

 

 일제강점기 때의 소설을 위주로 읽다가 이렇게 정말 옛날이야기를 읽는것에 빠져서 정신 못차리고 있다. 에고, 재밌어.

 얼마 전에는 <금방울전>을 읽었는데 독후감을 못썼다. 어서 밀린 독후감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