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2014년 2월 22일 토요일) 독서 모임의 책은 <강남몽>이다.

 

	나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차례로 무너지던 1995년 무렵을 일단 정치적으로는 형식적 민주주의 시대의 출발로, 경제적으로는 개발독재가 종언을 고하면서 한국 자본주의가 스스로 재생산구조를 갖추게 되는 시가로, 그리고 문화적으로는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으로 지식인의 머릿속으로만 형성되어온 민중이 걷잡을 수 없는 소비사회의 적나라한 대중으로 휩쓸려들면서 욕망에 얽혀가는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페이지 : 377 "작가의 말" 중에서

 

 생각해보니 난 황석영 작가의 글은 <오래된 정원>, <삼포 가는 길>, <아우를 위하여>, <바리데기> 정도인데 그것도 읽은지 한참이 지났고 게다가 독후감조차 없다. 그러니 다른 작품과 비교하며 말할 자격이 없으니 패스.

 

 독재에 저항하던 지식인으로 투옥되어 고초를 겪었으나 이명박과 중앙아시아를 돌아보곤 인터뷰중 이명박 정부를 '중도 실용 정부'로 규정한다며 큰 틀에서 협조하겠다는 말을 해서 변절자라며 진중권이 그를 까고, 김지하는 니가 뭘 안다고 까부냐며 진중권을 까고, 그러한 김지하를 황석영은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라며' 까며 잘못을 시인했던 해프닝(이런걸 해프닝이라고 말하긴 뭣하지만)이 시기적으로 더 가깝기에 사실 이 책을 읽는다고 할때 좋은 마음은 아녔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독서모임이 '욕망'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책읽기를 하고 있고, 그래서 욕망중에 하나로 '아파트'라는 단어가 나왔고,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속에서 부동산과 특히 아파트를 소설로 푼 이 책이 언급되어 읽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읽게 되었다.

 

 대성백화점은 삼풍백화점을 회장 김진은 이준으로 김창수는 김창룡, 이희철은 이철희, 장영숙은 장영자, 이후익은 이후락, 김형석은 김형욱, 홍양태는 조양은, 강은촌은 김태촌, 한라건설은 현대개발, 우정건설은 우성건을 대신하며 소설속에서 등장한다.

 사실 이후락과 김형욱과 김창룡등은 아빠가 그리 좋아라하시던 <월간 조선>이나 <신동아>따위의 책에서 수시로 듣고 표지에서 보았기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아는 사람인듯 했다. 이철희나 장영자는 워낙 돈사고를 크게 치신 분이라 웬만한 사람은 다 알겠고 조양은이나 김태촌도 테레비에서 자주 나왔던 조폭이니 낯설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인물들을 대입하며 읽으니 술술 잘 읽어졌다.

 

 읽으면서 난 이 글이 소설이라기보다는 난 르포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성백화점 회장 김진의 첩인 박선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 지방에서 올라와 경기도 광주 근처에 자리를 잡은 재개발 지역의 사람들이 큰손에 놀아나는 개미들의 모습처럼 처참하게 부서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 그녀도 있다.

 대성백화점 회장 김진 - 일제말기부터 시작해 박정희때를 넘어 대성백화점이 무너질 때까지 그 암흑의 역사 속에서 줄을 잘 서서 (친일, 친미, 독재) 어떻게 부를 모았는지의 과정을

 심남수 - 큰손들이 땅덩이를 크게 나누고 먹는 속에 부동산업계에 뛰어들어 한몫잡는, 박선녀와는 잠깐의 인연

 홍양태 - 양지에서 대놓고 땅으로 뭔짓을 할 때, 음지에서 세를 키우고 흥망성쇠를 겪는

 등의 인물들로 서울 외곽의 신도시들이 어떻게 세워졌고 세웠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서 이준의 이야기가 담긴 일제부터 독재까지, 일종의 정치자금 때문에 크게 땅장사를 하면서 돈을 모으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몽유(夢遊)류 소설'은 주인공이 현실에서의 자아가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몽환의 세계를 주유, 방황하다가 돌아오는 것으로 전자와 구분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중국 고전 <홍루몽>은 주인공이 다른 이로 태어나는가 아니면 현실의 자기 그대로인가 하는 구분이 문제가 아니라, 서서히 몰락해가는 상류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현실세계가 어째서 변해야 하는가를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사람살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페이지 : 377 "작가의 말" 중에서

 

 

 문장이 간결하고 정확해서 좋다, 너무 짧게 끝나서 아쉽다, 혹은 메시지는 충분히 주었다...등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하여간 나는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같았고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압축한 듯한 느낌이 많았고 그래서 좀더 자세히 서술했으면 (사건 중심으로) 좋겠다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이라는 단어에서 무언가를 찾고 싶은데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아서 좀 찝찝하다. 급하게 읽어서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하여간

 

 책에 대한 의견은 다양했지만 결국 이 모임에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이 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녔기에 다시, 그 욕망과 욕망의 대상인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허나 독서 토론 내용은 여기에 싣지는 않겠다.

 

 그날 모임의 사회를 보신 분이 오리처럼 입으로만 꽥꽥 거리며 주러리주러리 떠들었던 알맹이 없이 장황했던 내 말을

" 아파트는 소집단 이기주의가 발현되어 외부인을 배타적으로 밀어내는 공간"이라고 했다며 정리해주셨는데

그걸로 이 독후감을 마무리하련다.

 

 

 

 

 

 

 

 

 

 

 

 

그말을저렇게간단히정리하는사람을보면정말신기해부럽기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