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좀 쉬겠다고 해놓고는 다시 이 시리즈를 집어 들었다.

이 책은 특히 "채만식"의 이름에 무조건 집어 들어서 채만식의 <논 이야기>와 <미스터 방>을 읽었다.

<미스터 방>은 정말 짧은데 아무리 읽어도 처음 읽었을 때처럼 시원한 웃음이 나온다. 정말 "풍자의 대가"가 맞다 싶다.

채만식의 <논 이야기>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 지주에게 논을 팔았던 한 생원은 해방이 되면서 그 논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땅을 되찾으려 해도 결국 또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해방이 되어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며 탓을 한다.

해방이 되어도 친일파 중심으로 지주 세력의 기득권이 유지 되었음을 풍자한 것이라는데, 이래저래 당하는 것은 힘 없는 농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 주인공 한 생원 또한 그닥 성실한 사람이 아니며 허황된 모습을 보여주기에 그 또한 풍자의 대상이 된다.

 

	"일없네. 난 오늘 버틈 도루 나라 없는 백성이네. 제길, 삼십육년두 나라 없이 살아왔을려드냐. 아-니 글쎄, 나라가 있으면 백성한테 무얼 좀 고마운 노릇을 해 주어야 백성두 나라를 믿구, 나라에다 마음을 붙이구 살지. 독립이 됐다면서 고작 그래, 백성이 차지할 땅 뺏어서 팔아먹는 게 나라 생색야?" 그러고는 털고 일어서면서 혼잣말로, "독립됐구나 했을 제, 내 만세 안 부르기 잘했지."
페이지 : 47 "논 이야기" 중에서

어째 한 생원이 하는 이 말이 낯설지가 않다. 그도 무지한 소시민으로 풍자의 대상이 되었을지언정 그 말에 난 충분히 공감 간다.

 

<미스터 방>은 정말 짧다. 해방이 되면서 신기료 장수(신을 깁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 방삼복은 미군 소위의 통역일로 출세를 한다. 거드름을 피우며 하늘 끝까지 올라선 그는 백 주사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며 버릇대로 양치한 물을 미군 소위의 얼굴에 뱉고, 화가난 미군 소위는 방삼복에게 욕을 하며 한대 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한껏 웃으며 읽은 이 소설도 해설을 읽으니

일제 강점기 시절에 친일파로 살은 백 주사는 해방 후에 반성은 하지 않고 빼앗긴 재산을 되찾고 복수할 생각만을 하고 있고

통역관으로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는 방삼복 또한 그들과 결탁하는고 기회주의 적 행동을 하고 있고

미군 소위 또한 미군 군정의 무원칙한 저속성과 독선적인 행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는데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김유정의 <만무방>은 처음엔 윤정희(처음엔 김지미로 착각) 주연의 1994년도 영화 <만무방>의 원작인줄 알았는데

그저 제목만 같을 뿐 전혀 다른 내용이다. 이 소설은 응칠과 응오형제의 이야기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응칠은 결국 부인과 아이과 헤어지고 부랑자 신세로 동생 응오 동네로 이사를 오고

성실한 응오 역시 아픈 부인과 추수를 해 봤자 지주에게 주고 나면 남는 것도 없기에 추수를 미루며 지주에게 시위를 하고 있는데

응오네 논의 벼들이 야금야금 도둑질 당한다는 말이 퍼지면서 범인으로 응칠이 거론되자 화가 난 응칠이 범인을 잡게 되고

막상 잡고보니 그 범인은 다름아닌 동생 응오였다. 추수를 하면 빼앗길 벼들을 야금야금 몰래 훔친 것이다.

열심히 농사를 지었으나 결국 그것을 훔쳐야만 하는 현실이 잘 표현하고 있었다.

 

또 박태원의 <성탄제>는 카페 여급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영이가 가족의 멸시와 사생아를 낳으면서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데

영이를 가장 멸시하던 동생 순이도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결국 언니인 영이처럼 그러한 삶을 살게되는데, 영이는 처음엔 비웃으나 '너마저 집안 식구에게 자장면을 해다 주게 됐니? 너마저 너마저......' 라며 울면서 끝이 난다.

일상적인 대화와 독백을 챕터로 나누며 장면을 구성하고 있는데 등장 인물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실감나는 구성이었다.

그의 다른 작품인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이나 <천변 풍경>같은 소설을 좀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박화성의 <고향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박화성"은 여류 문학가로 사회 문제 가운데 여성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하는데 <고향 없는 사람들>은 여성의 이야기가 아닌

궁핍한 고향에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일제의 이주정책에 따라 평안남도 강서 농장의 소작 농민으로 떠난 농민들이

결국엔 적응하지 못하고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며 고향 친구들- 이웃들- 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돌아온 답장의 내용은, 고향에 남아 있던 그들도 심한 가뭄으로 고향을 떠나 함경북도 나진으로 떠난다며

어디든지 살아가는 곳을 고향으로 만들자며 기약없는 만남을 약속하며 끝난다.

그들이 그렇게 힘든 생활을 하는 것이 홍수와 가뭄이라는 자연 재해도 한 몫을 했지만 실은 일제의 수탈 때문이라는 것을 격하지 않게 조근조근 표현하는 데, 소설 처음에 이주하는 이웃을 환송하며 벌이는 잔치의 모습과 마지막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더 마음이 아팠다.

 

이제 보니 이 책은 40여권이 시리즈다. 한숨을 좀 돌리면서 다른 책도 좀 봐야하는데

뭘 하면 좀 끝장을 보는지라 어제 한번 끊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어쨌건 요즘은 이렇게 무언가 몰두 할 것이 있다는 게 참으로 좋다.

 

 

 

머리아픈잡생각을피하려면책읽는게최고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