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높이에 이르면 관찰자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된다고 어네스트 헬로는 말한다. 대상이 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말이 대상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관찰자의 침묵이 그가 말하지 않은 사물들의 실체적인 그림자가 된다.
페이지 :  78 "사물과 침묵" 중에서

실은 이 책의 독후감은 쓰지 않으려고 했었다.

 

책을 읽으면서

깊은 공감이 나올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었고

전체적으로 흐르는 편엽한 기독교적인 사상 때문인지 거부감이 읽는 내내 크게 일었다.

난 1년 가까운 시간동안 세번의 도전 끝에 대충 간신히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칭찬 일색의 서평이 대부분이다. 그 서평속에 내 독후감을 끼워 넣으려니 찜찜하다.

 

이 책은 <인문>의 <교양>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차라리 <종교>쪽 이었다면 "그래서 이렇군....."이러면서 받아들일 수 있었으런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는 왜 이럴까..."에서 "나만 왜 이럴까..."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날 사로 잡았다.

 

	그리스도가 출현하기 이전, 그리스도의 탄생 전의 마지막 몇십 년 동안에는 그 고대 세계 전체의 어떤 침묵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고대의 신들은 침묵했다. 그들은 능동적으로 침묵했다. 그 고대의 신들의 침묵은 하나의 행동이었다. 그들은 장차 나타날 신, 그리스도에게 침묵을 바치고 있었다. 인간이 그 고대 신들에게 봉헌하기를 그만두자 이제 그들이 자신들의 침묵을 새로운 신에게 봉헌했다. 그들은 새로운 신이 자신들의 침묵을 말로 변화시키도록 침묵을 바쳤던 것이다.
페이지 : 89 "사물과 침묵" 중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침묵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말과 글을 인용하고 있다. 게다가 자신이 하고 쓴 말까지 인용하고 있다. 세상 어디에 그 어떤말도 "시원적인 처음"은 없다며 그렇기에 결국은 죄다 인용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쓸 정도라면 그것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자기화 한 후에 써야 하는거 아닌가.

은근슬쩍 자신이 한 말처럼 꾸며서 쓰라는 말이 아니다.

끝도 없이 인용된 말들과 글을 읽으면서 난 이 책을 덮고 그 책들을 찾아 읽어야만 할 것 같았다.

 

게다가 간혹이 아닌 종종 보이던 저러한 "신"을 넘어선 "그리스도"에게로의 봉헌 의지는 정말.....

 

이러저러한 분들이 너무나도 좋았다며

"침묵"의 새로운 세계로의 초대라며 반겼던 책에선 난

끝도 없이 중얼거리는 "인용"된 말들과 "그리스도"의 이름만 읽었다.

 

문장도 어찌나 어렵고 서걱거리던지....

 

어쩌면 그동안 내가 너무나도 쉬운 책만 읽었던가 혹은

머리가 아닌 눈으로만 글을 읽었던가 혹은

권수만 늘리며 후다닥 읽는 것에만 집중했기에 그럴 수도 있다지만

실은 별 한개도 아까운 책이었다.

 

초판은 1985년도였고  이 책은 2009년에 2판 9쇄를 발행했고

이제는 2010년에 개정판까지 나왔다. 이정도라면 스테디셀러가 맞는구먼

난 왜 이럴까나....

 

솔직하게 쓸건지 남들따라 쓸건지를 고민했지만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래저래 난 원래 내멋대로 쓸 뿐

나 아닌척 하면서 쓰는 능력이 없기에

걍 내멋대로 별 한개를 주면서 이 독후감을 끝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