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미학 오디세이를 읽어.

머릿속이 무언가로 가득한데 생각이란걸 안하기 위해선 책만한게 없다.
그런데 책을 읽으니 또 생각에 빠진다. 이런이런....
이럴땐 눈을 혹하게 하는것이 최곤데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참동안 궁금해했던 "미학"이라는 단어가 슬그머니 머리를 든다.

친구가 처음에 권해준 책은 "이론과 실천"사의 "여섯 가지 개념의 역사"이다.
그런데 그 책으로 시작을 하려니 숨이 찼다. 그래서 좀 쉬운 책으로 하고 싶다고 하자 말을 꺼낸다.

- 네 책장에도 "미학 오디세이"있더만. 그거 이미 읽은거 아니야?

그래...생각을 해보니 나에겐 이미 "미학 오디세이 2"권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읽은 기억은 없단 말인가.
그리고 1권은 어디에 있는거지?
하여간 친구는 책장에 있는 이 책 "미학 오디세이 1"권을 꺼냈다 그리고 읽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잘 풀어 주었고 그래서 읽기가 무척 수월하다.
그러니 읽기는 쉬웠지만 그 어려운 내용이 읽기만큼 쉽게 머릿속에 담아지는건 아니었다.

정말 방대한 내용을 담으려 하나보다. 세상에....
선사시대의 "벌거벗은 눈"을 시작으로 훌쩍 현대미술까지 
회화 건축 조각 철학 음악에 시까지.....아름다움의 총체적인 것들을 
내가 파편으로 아는 것들의 조각을 제자리에 놓아 주었고
몇 안되는 조각으로 채울 수 없던 그 커다란 공간들을 순서대로 한 조각씩 던져주어
무언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아리스토 텔레스의 <희극록>은 이렇게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이 이야긴 허구다. 하지만 어쨌든 희극론이 사라진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시학>>의 제1부 (<비극론>)만 남고 제2부 (<희극론>)만 고스란히 없어지다니, 좀 이상하지 않은가? 어쩌면 제2부는 정말 고의로 불태워졌는지도 모른다. 웃음을 두려워하는 자의 손에 말이다. 또 만약 그랬다면, 그건 에코의 상상대로 아마도 엄숙란 시대였던 중세에 그랬을 것이다(문헌학자들은 <희극론>이 고대 말에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페이지 : 187

"장미의 이름"을 읽고 궁금했던 시학2편의 존재유무의 궁금증을 풀 수 있어서 더 좋았음은 물론이다.

	데오도르 립스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감정이입설’이라는 걸로 유명한데, 이는 현대의 주관주의적 미이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아름다움이란 ’객관화한 자기 향수’다. 말하자면 우리가 우리 감정을 자연 속에 집어넣은 게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거다. 자연의 아름다운 사물은 신은 우리가 그 속에 집어넣은 우리 감정이다. 흙먼지 틈에 핀 한 송이 들꽃 때문에 발길이 멈출 때, 붉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에 사로잡힐 때,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에 매료될 때, 우리는 사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넋을 잃고 있는 거다. 물에 비친 제 모습에 도취해 한 송이 수선화가 되었던 나르키소스. 그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페이지 : 307

절대 동의는 못하겠지만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한 타인의 정의를 엿볼 수 있었고

	그는 감각기관 가운데 ’눈’을 가장 믿었다. 다른 감각기관에 비해 눈은 기만당하는 일이 적기 때문이란다. 눈은 10가지 기능을 갖고 있는데, 명.암.색.입체.형.위치.원.근.운동.정지 등이 그것이다. 이 10가지 기능 가운데 회화속에선 7가지가 실현되고, 조각에선 5가지(입체. 형.위치.운동.정지)만 실현된다. 그러니 회화는 다시 한번 조각보다 뛰어나다.
페이지 : 207

이 대목으로 평면의 화폭에 입체를 표현하는 회화보다는
실제적인 "조각"에 더 매력을 느꼈던 나의 1차원적인 감각이 얼마나 무지한가를 느꼈다. (여기서 "그"는 다빈치다)

	하지만 미를 인식할 때 우리는 왜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왜 대상이 가진 어떤 성질(가령 비례)이 우리에게 기분 좋게 느껴지는 걸까? 이 즐거움의 근원은 무얼까? 고전적인 답변은 ’주관과 객관의 일치’다. 아퀴나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감각은 비례를 좋아한다. 왜? 그건 우리 주관 속에 이미 비례와 비슷한 성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물 속에서 비례를 볼 때, 우리는 이 비례가 마치 우리 내부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바로 이때 쾌감이 생긴다. 말하자면 외부의 형상과 내부의 형상이 마찰을 일으키지 않고 부드럽게 맞아떨어질 때, 미적 쾌감이 생긴다는 얘기다. 그는 이렇게 미에 대한 인식을 ’대상을 주관에 동화시키는 것’으로 보았는데, 뒤에 임마누엘 칸트도 이 비슷한 얘기를 한다.
페이지 : 175

이러다가 이 책을 죄다 옮겨 적을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추련다.

제작년 "그리스 로마신화"읽기를 시작으로 책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했고 그 즐거움에 흠뻑 빠졌었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슬그머니 시들해지더니 요즘은 책 읽기에 흥미를 찾지 못했고 그저 허둥대며 
마구잡이로 그저 읽기만 하는 것 같고 독후감 쓰는 것이 영 마뜩지 않았다.

그러다가 친구가 권해준 이 책 덕분에 책읽기의 길이 잡히고 목표가 정해졌다.
게다가 친구 부부는 화가이니 그녀의 책장엔 나를 흥분시키고도 넘치는 책들이 가득하며
뜬금없고 엉뚱한 나의 질문에 친구는 쉽게 풀어주며 설명을 잘도 해주니 난 복받았다.흐흐흐

읽는다고 그 내용이 전부 내 것이 되는건 아니겠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잘 몰라서 그냥 제껴 두었던 그리고 무심한척 했지만 항상 궁금했던 
"미학"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의 처음이 될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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