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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책의 제목에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묘사되어 있을 경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 궁금해지면서, 항상 끌린다. 맞다. 순전히 제목만 보고 회사 자료실 사이트에서 예약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이후 내 뒤로도 예약자가 6명이나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처럼 이들도 그랬을까?

사무실 자리에 올려진 책을 본 순간, 어느 청초한 소녀가 기다란 의자 끝에서 혼자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겉 표지 또한 맘에 들었다. 읽기 전에 어떤 책인가 짧게 훑어 보니, 작가가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문과 그에 걸 맞는 그림을 찾아 하나의 단편을 이루고, 이들을 엮은 책이었다.

순간, 내가 읽었던 책에 대한 내용이라면, 다시 한번 되새길 겸 그리고 지은이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읽어볼 수 있겠지만, 보도 듣도 못한 책과 작자라면 별로 읽고 싶지 않겠는데 라는 생각에, 잠시 시작을 주저했었다.

하지만, 첫번째로 나온 소재의 책이 요즘 한창 읽고 있는 “토지”인 것을 확인한 순간 어느새 책장은 넘겨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책의 제목 속에는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이라는 소제목이 숨겨 있다는 것을 알았고, 지은이는 고고미술사학과를 공부한 조선일보 여기자인데다가 79년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어려서부터 집에 서재가 있어서 부모님이 읽던 책들을 비롯하여 책 읽기에 쉽게 노출되어있던 지은이가 부러웠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에 짬짬이 읽었던 세계고전문학으로부터 받았던 감동은 이후 훌쩍 커버린 지금은 쉽사리 느껴지지가 않아 항상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 시절 읽었던 책들이 항상 손가락으로 꼽는 감명받은 책 List에 우선순위로 들어가 있다. 제인에어, 아큐정전, 수레바퀴아래서, 좁은문, 테스, 데미안 등. 나 스스로에게 속상하기도 하다, 그 시절 왜 책을 가까이 할 여유를 깨닫지 못했는가 하는 것에 말이다.

그림에 대해서 무뇌한인 나도 작가 덕분에 책의 내용에 따라 연상되는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짧게 나마 느낀점을 끄적거리는 걸 즐겨하는 나에게도 지은이의 책과 그림의 연상관계는 신선했다. 역시, 내가 읽었던 책과, 알고 있는 작자의 내용에서는 좀더 깊은 재미를 읽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내가 읽어봐야 할 몰랐던 책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다.

가끔, 무엇을 읽어야 할 지 갈팡질팡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