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홀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은 없다. 특히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복잡다단하지만 분명한 질서를 갖춘 연결망, 이른바 생태계 속에서 살아간다. 생명체가 이 연결망을 벗어난다는 것은 생명이 가능한 영역을 벗어난다는 것이니 곧 죽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이 생태계의 어느 작은 부분에서라도 이상이 생긴다면 이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되는 생명체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멀든 가깝든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봄날 조그만 정원이나 수풀의 꿀벌들이 모두 병이 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꽃들이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어 난처해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칠까? 꽃들이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곤충이나 동물들이 열매를 먹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좀 더 길게 생각해보면 열매를 맺지 못한 식물들, 달리 말해 씨앗을 만들지 못한 식물들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고 식물을 먹고 사는 동물이나 곤충들은 굶주리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이 그림책은 바로 이런 상황을 익살맞은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림책의 1인칭 화자는 잠자리 라벨라이다. 라벨라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봄날 그 동네 꿀벌이 모두 병에 걸리고 말았다. 여왕벌이 콜록콜록 기침을 참아가며 뒤영벌 빈스에게 구조요청을 하지만 빈스는 아직 심각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무관심한 반응만 보인다. 라벨라가 짝사랑하는 그 빈스가 말이다. 여왕벌은 할 수 없이 장미풍뎅이 릴리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다. 장미풍뎅이를 비롯한 곤충과 동물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기에 각자 묘안을 짜내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 당연히 각자의 천성과 장기를 한껏 뽐내면서.

먼저 달팽이 포포. 하지만 천성이 느긋한 이 친구가 제때에 꽃가루받이를 하기엔 꽃들이 너무 많다. 두더지 랄프도 나름의 장기를 살려본다. 땅을 파고 들어가서는 나무들의 뿌리를 간질여 꽃가루를 흩날리게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나무가 간지럼을 탈는지? 개구리 표트르는 꿀벌바지까지 껴입고 장미풍뎅이 릴리언과 함께 나서 보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로마군단을 연상케 하는 무적의 개미떼도 꽃가루받이는 해결하지 못한다. 타즈매니아 데빌과 그 친구도 큰 맘 먹고 나서지만 먹기 좋아하는 천성만은 이겨내지 못한다. 꿀차를 마시느라 꽃가루받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만다. 거미 키키는 거미줄에 묶인 나뭇가지를 당겼다 놓아서 꽃가루를 날리려 하지만 그나마 남아 있던 열매와 친구들만 날려갈 뿐이다. 이제는 박쥐 사요가 밤새 뭉텅이로 꽃가루를 뿌려대지만 꽃가루받이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그런데 친구들의 노력과 실패를 바라보고만 있던 빈스가 마침내 나선다. 뒤영벌은 당연히 꽃가루받이를 성공시키고 친구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는다. 라벨라는 남들보다 더 기뻐하며 (이유는 여러분도 알 것이다), 빈스는 뭔가 깨달은 게 있었던 듯 가장 부지런한 벌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이제는 즐거운 일만 남았다. 꿀벌들이 모두 병에서 나았고 라벨라는 하얀 드레스까지 얻어 입고, 두더지 랄프는 안경을 써서 땅굴 밖에서도 친구들 얼굴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이 그림책을 읽다보면 그 아기자기한 재미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다소 어지럽고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묘한 질서와 아름다움도 느끼게 하는 그림과 글은 생태계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복잡한 생태계에서 각각의 생명체는 모두 소중한 것. 그래서 곤충들 하나하나가 저만의 이름도 갖고 있다. 특히 라벨라는 고집불통 빈스의 본모습, “겉은 무뚝뚝해도 마음은 여린” 성격을 이해하고 사랑 어린 설득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라벨라와 친구들의 갖은 노력이 있었기에 뒤늦게나마 빈스도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리라. 

조그만 정원의 곤충들이 겪은 이 일을 좀 더 커다란 생태계에 적용시켜 보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앞서 말했듯, 생태계 한 부분에서의 말썽은 더 넓은 범위로 파장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한데 우리의 생태계에서 가장 심한 말썽꾼들은 누구일까? 이 말썽꾼들의 무심하고 이기적인 행동이 전체 생태계를 망치고 결국 말썽꾼들 자신의 삶을 황폐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말썽꾼들에게 이 그림책을 읽히자.

■ 서평이벤트 참가하기 

1. 이벤트 기간 : 2009.08.17(월)~ 08.23(일)
2. 당첨자 발표 : 2009.08.26(수)
3.응모방법

*  이 책을 읽고 싶은 사연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 미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