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꽃, 과연 검은꽃이 세상에 존재할까?

꽃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활짝 피어오르는 순간의 이상, 절정, 꿈, 희망, 행복등 긍정적인 느낌이다.

그런데, 검은색이라니... 이로써 부정적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이루어지지 않는 꿈으로,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게 한다.

 

그렇다.

이 책의 줄거리는, 1905년 조선이 몰락할 즈음 다양한 신분의 조선인 1033명이 조선의 신분사회와 가난을 탈피하겠다는 꿈을 안고 멕시코로 이민을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이상과 현실은 반대였다. 그들은 4년동안 에네켄(선인장의 일종)농장에 노예로 팔려간 것이고, 정작 본인들은 대사관은 커녕 조선인이 한명도 없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 농장주의 부를 위해 소. 돼지 보다 못한 도구로 전락한 것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계약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순전히 4년이 지나야하고, 기한이 지나더라도 농장으로부터 나오기 위해서는 농장주가 지불했던 몸값을 치뤄야만 했다. 농장주는 일을 부려 얼마간의 인건비를 지불했지만, 그 돈은 농장안의 매점에서 턱없이 비싸게 식료품과 물품을 팔면서 역으로 다시 거둬 들여, 몸값을 4년안에 모은다는 것조차 녹록치 못하는 게 실상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조선은 일본에게 주권을 빼앗겨 나라도 없어지게 된다. 타지에서 그것도 혹독한 더위에서 조선인들은 탈출을 위해 폭동을 일으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현지인에게 유리할 터이니, 오로지 시간이 흐르기만을 고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그들은 민족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품는다.

 

그러던 중 멕시코, 과테말라 등지의 혁명과 내전에 휩싸인다. 승리할 경우 돈을 주겠다는 혁명군에게 목숨을 담보로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들은 참으로 어리석었다. 내 나라가 일본에 넘어간 상황에서 남의 나라일에 끼어들어 목숨을 내 걸다니 말이다. 이들은 너무나도 유토피아적 상상때문에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을 미처 갖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전 중에 그들은 과태말라의 밀림에 "신대한"이라는 꿈의 나라를 자체적으로 설립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누구도 대한제국의 흔적을 그곳에서 찾을 수는 없게된다. 한바탕 꿈과 같다. 검은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실인 것이다.

 

인간이란 생명체는 민족주의에 근거한 국가를 꿈꾸며, 무정부를 참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을 버린 국가를 또다시 형상화해야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일까?

 

결국, 1033명 이민자들의 뼈아픈 생활과 고통은 자본주의를 배우는 과정이었음을 깨닫는다.

 

이 책안의 여러 다양한 인물들을 통하여 개별적인 인간사를 말하지만, 주인공들의 사연보다는 "민족주의" "자본주의" "국가"라는 개념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