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수학박사다.
사고로 기억은 1975년에서 멈췄고, 그의 기억은 80분만 지속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당신의 "신발사이즈는 얼마요?" "생일은 언제요?" "전화번호는?"과 같은 숫자와 관련된 질문을 한다. 80분이 지난 후, 다시 질문한다. 기억이 끝났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박사는 80분의 기억력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모를 작성해서 옷에 부착하고 있다. 한두개가 아니라, 많이. 박사의 처지에 뭉클하지만, 이와 같은 불행을 어둡지만 않은 유쾌한 설정으로 따뜻하고 밝은 이미지를 준다.  

박사는 별채에 혼자 생활하고, 안채에는 형수인 미망인이 살고 있다. 박사의 수발을 들어주기 위해 파출부를 고용하게 되는 데, 화자인 주인공이 파출부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박사는 하루종일 서재에서 수학연구에 집중하고, 잡지에 나오는 수학문제를 증명하여 상금을 타는 일을 한다. 그 외 딱히 하는 일은 없다. 무뚝뚝하기만 한 모습이다.

 하지만, 파출부에게 어린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안 후, 아들도 함께 데려오라고 한다. 박사에게 아이라는 존재는 부모가 옆에서 반드시 돌봐주어야하는 절대적인 존재인 것이다. 박사가 파출부의 아들에게 보여주는 사랑과 헌신, 책임은 아이들에게 대하는 마음의 자세를 돌아보게 해줬다. 아이에게 보여주는 박사의 자세가 극히 정상이지만, 우리 어른들은 가끔 간과할 때가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 

파출부의 아들의 뒤통수가 납작하다는데서, 박사는 그를 루트라고 부른다. 그에 말에 따르면 루트는 ’어떤 숫자든 가리지 않고 따뜻하게 감싸 안아 그에 합당한 신분을 부여하는 관대한 기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박사는 소수를 사랑한다. 1과 자기 자신밖에는 약수가 없는 수. 이 외 학창시절 접했던 여러 수학공식과 퀴즈와도 같은 수학세계가 곳곳에 등장한다. 하지만, 거부감은 없다. 파출부와 루트가 박사를 배려하며 생활하는 잔잔한 감동에 아무거리낌없이 스며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외 루트와 박사에게 야구라는 공통의 화제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다소 단순하지만, 신선한 설정의 줄거리가 충분히 영화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일본에서 영화도 만들어져 있었다.

몇몇 일본작가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 잔잔한 감동을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맑고 쾌청한 호수를 바라보는 느낌.

 =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