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이 ’스무살’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가슴 벅차고 들끓는 열정이 생각나는 그 스무 살. 

’스무 살’이라는 이 단어를 갖기 위해 고등학교 3년을 하루 10시간 이상의 수업과 점점 늘어나는 뱃살과 문제집 가득한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우리의 들끓는 열정을 눌러가며 치열하게 대입을 위해 싸웠다. 그렇게 3년을 견뎌내야 얻을 수 있는 단어가 바로 대한민국의 스무살이다. 

 나의 스무 살 언저리를 생각해보면 눈물과 절망만이 가득했던 나날들이였다. 나도 어느 고등학생들과 같이 스무살이 되기 위해 노력을 거듭했지만 돌아온건 내가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는 절망만이 남겨져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재수를 했지만 또 다시 원하는 대학에 떨어져야 했고 더이상 오를 수 없는 나무처럼 나의 현실을 인정하고 순순히 내 성적과 알맞는 대학과 과에 들어갔다. 물론 두번의 실패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너무도 지쳐있는 상황에서 남보다 1년 늦게, 스물한살이 되어서야 내가 가지고 싶었던 스무살이라는 단어를 맛봤기에 그 누구보다 가슴설레는 대학생활을 기대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와서 실제로 대학생활을 해보니 시트콤 논스톱에서의 그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친구들의 농담처럼 고등학교와는 별반 다를것이 없는 생활들이었다. 대학은 학문을 위한 장소라고 배워왔건만 학문이 아니라 취직을 위한 전쟁터였고 도서관에서 제일 잘 볼 수 있는 책은 토익책과 공무원 책이였으며 서로와 서로를 격려하며 우정을 쌓았던 고등학교와는 달리 너도나도 장학금을 둔 학점 경쟁으로 형식적인 우정을 유지하는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새로운 외로움을 나는 맛봐야 했다. 

 그렇게 대학에서의 1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되었고 나보다 한 학년 높은 나의 고등학교 친구들은 전부 외국으로 교환학생이며 공무원 공부를 위해 노량진을 들어갔고 그런 친구들을 보며 나는 문뜩 내가 남들보다 뒤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남들은 취직을 위해 앞서나가고 있는데 나는 매일 도서관에서 영어공부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있고 서평을 쓰고 있는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 나도 빨리 뭔가 해야하는데, 공무원 공부를 할까, 아님 뭐든지 자격증이라도 하나 딸까' 라며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불안감은 갈수록 나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오며 평정심까지 잃어버린 채 내 자신을 비하하고 내가 누구지? 라며 자아까지 상실되며 무기력한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이렇게 무기력과 자아상실으로 방황에 방황을 거듭하고 있을때 나는 <나를 만나는 스무살 철학>에서 사르트르를 만났다. 그리고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을 제대로 알게되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거같은 충격과 가슴이 뻥뚫리는 듯한 시원함을 동시에 맛봤다.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 라는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은 자유의 철학이며 휴머니즘의 철학이다. 인간은 용도를 위해서 만들어진 도구가 아니므로 나의 삶과 나의 본질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의식을 갖고 자신의 선택으로 길을 만들어가는 대자존재이다. 그러므로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권력과 이념도 인간의 본질을 파괴시킬 수 없다. 인간이 인간답게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가며 살 수 있는 본질적인 존재라는 것이 바로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이다. 도구는 다른 도구에 의해 대채될 수 있지만 ’나’라는 존재를 누군가를 대신할 수 없다. 지금 내가 이 현실에서 존재하는 본질이기에 이 본질은 누구에 의해서 대체될 수도 침해될수도 없는 진정한 자유의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을 알게 된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피가 뜨거워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정말 답답했던 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고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 어떤 현실과 이념도 나의 본질을 침해할 수 없기에 나의 본질이 더 소중해졌고 나의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누구의 인생을 따라갈 것도 없다.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나의 인생을 착실히 만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였다. 남들이 하니까 공무원 공부를 하고, 남들이 영어공부를 하니까 하는 타인지향형의 삶이 아니라 나의 본질이 원하는 진정한 꿈을 향해 달려가는 진정한 자유를 알게된 것이였다. 
 
 나는 정말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고,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본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순수한 본질을 위해 나의 노력으로 이 순수성을 지켜나가고 이뤄나가면 되는 것이였다. 

 어떻게 보면 참 당연한 생각인데 인간은 현실과 주변의 환경때문에 본질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진짜 문제는 본질에 있는데 그 본질에 다가서기까지의 그 사유의 과정이 너무 힘든것이다. 그리고 왜 위인이나 유명인들이 철학서를 읽어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 자기계발서가 겉핥기 식의 얕은 말로 단순히 동기부여만 하는것에 비해 철학은 정말 인간을 근원적인 사유와 고민에 다가서게 해준다. 내가 사르트르를 만나 본질을 알았듯이. 
 
 "스무 살의 불안 역시 병이 아니다. 스무 살의 불안은 대부분 희망의 다른 측면이다." (p.54)

희망의 다른 측면인 불안을 껴않고도 이제는 행복할 수 있고 꿈을 꿀 수 있다. 사르트를 통해 불안은 나에게 꿈과 순수성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진짜 하나밖에 없는 나의 인생을 더욱 사랑하며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이 청춘을 순수한 본질을 지키는 깨끗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절망만이 가득했던 내 가슴 속에 어느새 희망이 솟아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