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양성성

 

소설가는 그들의 마음속에서 여자와 남자의 결혼을 주최해야한다. 그럼으로써 두 성의 사랑의 결실인 소설이 탄생하게 된다. 무슨 말일까? 결혼이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성을 가진 두 사람이 결합하는 것으로, 서로 간의 차이를 존중해 조화를 이루려는 행위를 뜻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결혼이라는 비유를 통해 좋은 소설의 탄생 조건을 제시한다.

어느 대학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부탁받은 저자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이틀간의 생각의 흐름을 여과 없이 이야기한다. 그녀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1년에 오백 파운드로 비유되는 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질적인 기반이 그들에게 글을 쓰는 자유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대별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경제적 빈곤에 빠져있었으며 사회적 제약에 의해 억압되었음을 여러 작가들의 말을 통해 드러낸다. 여성들의 소설에 대한 욕구는 좌절될 수밖에 없었고, 남성들은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들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따라서 남성들이 쓴 소설과 여성들이 쓴 소설에서는 각각의 한계점이 드러난다. 결국 저자는 그런 한계점들을 해결하고, 창작이 암시적인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소설가들의 마음이 양성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만의 방』(김안나 옮김, 북스토리, 2008)은 페미니즘 에세이이면서도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 남성에게 억압받는 여성의 분노를 그리는듯하지만 결국에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강의를 마무리 지음으로서 독자가 느낄 거부감을 줄여준다. 특히 마음 속 여성성과 남성성 두 성의 결합을 통해 창조적인 에너지를 가진 소설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은 비단 소설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미덕을 가르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가족들과 블룸즈버리 그룸이라는 집단으로부터 지적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저자는『자기만의 방』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참신한 비유와 논리로 독자들에게 관철시킨다. 독자들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난해한 주제를 한 사람의 생각의 흐름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책의 가상 인물이 주제에 대한 사고를 하면서 맞닥트리는 어려움과 그것이 해결되는 과정 안에서 시대별 여성작가들의 처우나 생각까지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의 우월성을 일깨워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여권운동을 비판하는 저자의 생각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당한 권리를 추구하는 것을 앞에 맞닥트린 당장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제의 어려움과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이 에세이는 버지니아 울프가 왜 인정받는 여성 작가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여성 독자들이라면 예전 시대의 남성들의 차별적인 발언들을 읽으며 분노를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우리들의 생각을 인권 문제 등 다른 분야로 확장시키지 않고 제한된 장르 안에서 조화로운 결론을 이끌어낸다. 또한 성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자기 자신이 되어 미래지향적인 소설을 쓰라는 저자의 바람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