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은 자유롭다.간이역이 자유로운 것은 한편으로는 외롭기 때문이다. 간이역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간이역이 애초부터 외로운 운명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간이역에는 제각기 사연을 가진 역들이 많다. 이 책은 우리들의 추억과 향수가 서려있는 소중한 삶의 공간인 간이역을 주제로 모두 121명의 시인이 간이역에 대한 시상을 한권의 시집으로 엮은것이다.

 

오늘은 거식증에 시달리는 욕망의 거리,
그 냉랭한 불 밭에 그림자 제거당한 엄니 바람처럼 서있고,
나와 그대 사이엔 모래와 자갈이 가로막은 기찻길,
불구의 세월을 밀어내고 미래를 서두르는 소래 역,
거미의 집을 짓고 있는 곁에 여인이 추잉검을 씹고 있었다.
(민영희 시인의 소래역)

 

 

인천에서 수원까지 달렸던 협궤열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기차의 안팎, 사람들, 주변의 풍경, 폐쇄된 역들...
아련한 기억속에 있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운행하던 소래역은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누구에게나 기차에 대한 낭만과 추억의 기억이 있다. 기차는 다른 교통수단보다도 그 여정 자체가 추억이 되기도 한다. 물론 빠른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직선화, 복선화로 인한 폐역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소는  바로 간이역이다.
이제는 ‘한적한 외딴 역’인 간이역은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여행 명소로 각광 받고 있다.

 

하늘가는 티켓하나 덜렁 사서
야간열차에 오른다.
아, 태백준령.
그 빛나는 태양아래 문을 연
천제단 입구의 그 추전역.
(오세영 시인의 추전역 中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간이역으로 잘 알려진 추전역에 대한 묘사이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를 돌아본 우리는 백두대간을 넘는 하늘 아래 첫번째 역. 여행자들이 태백을 여행하면서 즐겨 찾는 곳 중 한 곳이 태백산 해발 855m의 고지에 자리 잡은 태백선의 역인 추전역이다. 기차는 하루에 두 번밖에 오지 않아  '철도원'이라는 영화속에 등장하는 산골의 작은역같은 느낌이드는 역이다.


간이역 여행은 지금 그곳에 원하던 무언가가 당장에는 없을지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크게 기억되고 그리워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편안한 휴식같은 간이역을 찾아 떠나고 싶어 질때가 있다 소음 가득한 도심속을 떠나 역에서 기차표를 예매하여 낯선 장소로 떠나는 설레임 기차를 타 본 사람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철도의 발전을 따라 빠른 속도로 간이역이 사라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떠날 수 있는 간이역은 우리나라 곳곳에 꽤 많이 있다. 이 시집한권 손에 들고 갑자기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작지만 자유로운  간이역만큼이나   조금이나마 삶의 여유를 더욱 느낄수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