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소통하지 못할까?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보면, 우선 우리 사회는 아직도 유교적 관념이 아직도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남자는 자고로 입이 무거워야 한다,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 말이 많으면 실언이 많다’ 등 말에 관련된 우리나라 속담 중에는 말을 가려서 적게 해야 한다는 의미가 유독 많다. 말을 통해 상대방과의 의견을 조정하거나 협상하기보다는 침묵하거나 견디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가치관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잘 피력하지 못한다. 

하지만 서양의 경우 우리나라와 실정이 많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의 소통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와 같은 공간에 있는 걸 꺼려하고,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하지만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는 ‘공론장’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언급하면서 거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농경사회에서는 집 안에 거실이라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온 가족이 한방에서 생활하는 구조로 인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생각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18세기 후반부터 산업혁명이 이루어지고 공장이 생기면서 노동자들에게도 경제적 능력이 생기게 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집을 확장한다. 가족 구성원의 개별적인 방을 갖게 되고 공동으로 생활할 수 있는 거실을 만들게 된다.  

또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해 특별히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아도 되었던 농경사회와는 달리 공장은 많은 사람이 모이고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의견이 분분하게 되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의사를 결정하기 전에 물어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여론이 발생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 설득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일을 마친 부모는 집에 와서 거실에서 공장에서 나누었던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녀들은 자신의 방에서 거실에서 부모님과 나누었던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주관이 확립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길거리에서 누구를 붙잡고 이야기하든 부끄러워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쭈뼛거리며 말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이것도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처럼 거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이는 어릴 때부터 부모와 많은 대화를 한다. 아이가 말하지 못할 때부터 부모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사회성을 기르게 되고, 식탁에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된다. 또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모든 수업이 말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교육과정은 간단하게 보여주기(Show)와 말하기(Telling)다. 즉 시험 성적이 중요한 것이 아닌 문제가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그런 생각을 잘 표현했는지 그 과정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부터 모든 수업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적용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스피치와 소통 능력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386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많은 점이 개선되었지만 핵가족화와 더불어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자녀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정이 많다. 거실과 공론화의 장은 마련되었는데 정작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는 역할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을 잘하는 것을 넘어 소통을 잘해야 하는데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려한 단어를 사용하고, 듣기만 해도 혹하게 말하는 사람에게도 말을 잘한다는 표현을 할 수 있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에게도 말 잘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대에는 말 잘하는 것을 넘어 소통을 잘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말고 듣는 사람의 입장을 아울러 생각해 서로간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공감대를 형성해 상호 조율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회의 유명 인사라 할지라도 진정한 소통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받아들여 입장을 조정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사람이 더 많다. 심지어 윽박지르고 상대방 의견을 무시하며 아예 듣지 않기도 한다. 그것은 소통이 아니다.

미국의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이들이 부모나 교육 방식에 따라 소통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우듯이 사회적으로 소통 잘하는 사람의 말을 많이 듣고, 많이 보는 경험은 소통 능력 향상에 많은 영향을 준다. 역할모델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소통의 기준을 세워주며, 원활한 소통 능력을 갖게 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역사적으로 큰 업적을 이루었거나, 동시대인이면서도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제자들뿐 아니라 그리스 시민들과의 소통을 원활히 했고,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생각을 쉽고 흥미진진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소통했다. 이들은 그들의 업적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 대중과 소통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었다.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소통의 달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사회의 소통 능력이 향상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