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선진국 노인들은 어떻게 살까?

 

일본_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국가주도형 복지정책

 

일본 「아사히신문」 (2010년 9월 19일)에 따르면 일본은 2010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2,94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3.1%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초고령 국가이다. 일본의 인구고령화 속도는 경이적인 수준으로 1970년의 7%에서 40년 만에 23%를 넘겼으며, 2013년에는 25.2%, 2035년에는 33.7%, 2055년에는 40.5%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일본은 건강수명이 유례없이 긴 나라로 남성 72.3세, 여성 77.7세로 세계 최고이다. 그래서 노인문제는 일본에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 이유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개인들의 의식 수준 영향이 크다. 건강한 노년기가 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인들은 60대를 일과 지역 활동에서 은퇴하는 시기로 보지 않는다. 60~64세 구간의 남성 취업률은 68.8%, 여성 취업률은 42.3%이고, 65~69세 연령군은 남성 취업률이 49.5%, 여성 취업률이 28.5%인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직업에 적극적인지 알 수 있다. 또한 노인의 54.8%가 각종 클럽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각종 학습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고령자는 21.4%에 달한다.

 

이런 개인적인 적극성을 바탕으로 일본 특유의 국가 주도형 복지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급격한 노령화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했다. 일본은 이미 1989년에 고령자 보건복지 추진 10개년 전략(골드플랜)을 책정했고, 1994년의 신골드플랜을 수립한 바 있으며, 1995년에 고령사회대책기본법을 제정해 정책집행의 행정적인 기반을 마련해두었다. 또한 2000년부터는 개호보험을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평생교육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으며, 다양한 사회 참여 프로그램과 생산적인 활동의 길도 다양하게 열려 있는 등 한발 앞선 기반이 갖추어져 있다.

 

미국_ 풍요로운 노인세대와 체계적인 노후 복지 프로그램

 

역사적으로 노인세대가 가장 풍요로운 미국의 경우는 양상이 약간 다르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2.9%인 3,960만 명에 이르며 2050년에는 20.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기준 노인 인구의 약 76%가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빈곤선 이하의 비율이 9%에 불과하며 고소득층이 약 29%에 달하고 있다. 개인도 풍요롭지만 중앙정부와 주정부, 대학, 전국노인위원회, 은퇴자협회, 지역사회의 복지제도, 교육, 취업 프로그램 등이 매우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노인복지법, 연령차별금지법, 직업훈련협력법, 인력투자법 등의 법률적 뒷받침과 401k로 알려진 안정적인 연금지급 프로그램 그리고 노인 고용 프로그램 등에 힘입어 미국의 서드 에이지는 사회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상태이며 여가, 봉사활동, 자기계발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지 않았지만 미국의 체계적이고 다양한 노후 복지 프로그램과 여유 있는 노년층의 모습은 많은 국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영국_ 고용 중심의 노인 정책

 

영국은 1960년대부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낮은 출산율과 사망률을 다른 나라에 앞서 경험하였고, 1970년대 이후 상당 기간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그 결과 노인문제에 대한 매우 독특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었다. 개인 책임에 대한 강조와 시장경제 원리 적용 등 국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개인과 민간 차원의 해법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시혜적 복지가 아닌 ‘고용 중심의 노인정책’이 정책의 주된 기조라 할 수 있다.

 

영국은 2011년 1월, 10월부터 정년퇴직 규정을 전격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가 총선 공약에 따라 현행 65세 된 직원을 강제 퇴직시킬 수 있는 정년퇴직 규정을 완전히 폐지한다고 확인한 것이다. 에드 데이비 고용관계부 장관은 “시대에 뒤떨어진 연령 차별을 없앨 때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정년퇴직 규정이 사라지면 근로인구가 증가하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며 연금재정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정년퇴직 규정 폐지와 함께 연금 수급 연령을 66세로 늦추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연령차별금지법 등 노인고용 증진정책으로 65세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있으며, 오래 일하는 사람들에게 연금 지급에서 인센티브를 주고 있으며 적절한 교육과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경험과 지식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고, 그들의 잠재력과 가치를 끌어내며 학습과 노동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고용, 배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과 세대 통합을 유도하는 영국의 노후 생활 대책의 핵심 키워드가 자조(self-help)의 정신임은 깊이 되새겨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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