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은퇴 후 최소 10억 필요하다?

 

우리가 노후에 대해 고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요소는 노후자금일 것이다. 금융기관 혹은 금융 전문가들은 여유 있는 노후를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대략 10억 원으로 보고 있다. 10억 원이라는 돈은 은행에 5% 복리이자 적금으로 계산해도 매월 240만 원씩 20년간 저축해야 겨우 만들 수 있는 금액이다. 물론 약간의 위험을 안고 고수익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에겐 현금 10억 원이라는 돈은 꿈에서나 만져볼 수 있는 규모다. 노후가 코앞에 닥친 중년들은 이런 숫자들을 보면 일단은 당황하고 그다음에 앞으로 일할 수 있는 날로 10억 원을 나누어본 뒤 도저히 마련할 수 없음을 깨닫고 기막혀하거나 아예 무시하게 된다.

 

40대 가장이라면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로 저축 여력도 거의 없을 것이고, 심리적인 은퇴 연령을 50대 후반으로 잡고 있다면 길어야 10여 년 수입이 있을 텐데 10여 년 동안 무슨 재간으로 10억 원을 모으겠는가? 1억 원도 쉽지 않을 텐데. 이와 같은 셈법이 갖는 문제는 두 가지이다. 첫째, 매월 필요한 150만 원을 전적으로 현금으로 준비했다고 가정한 것과 출발시점을 35세로 잡았다는 사실이다.

 

일단 국민연금 지급액이 감안되어야 하고, 현실적으로 45세 이후로 준비시점을 잡아야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2011년 4월 기준 국민연금 월 평균 수급액은 49만 원이고 부부 합산 최고 수령액은 208만 원이라고 밝혔다. 150만 원에서 49만 원을 빼면 실제 생활비로 준비해야 할 자금은 1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필요금액을 월 100만 원으로, 출발시점을 45세로 보고 계산하면 필요 노후 준비자금 총액은 3억 7,000만 원 수준이다. 다시 말해 3억 원 정도만 준비해두면 60세부터 25년간 어렵지 않게 살아갈 수 있다. 현명하게 지출 관리를 한다면 더 적은 금액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또 하나 이 계산의 근원적인 오류는 60세 이후 25년 이상을 무위도식하는 삶으로 계산했다는 점이다. 큰 병이 걸리지 않는다면 지금의 중년 세대는 결코 60세가 되었다고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아마 70대에도 일하는 사람이 상당수일 것이다. 돌봐야 할 자식이 없고 부부가 일정기간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1인당 수입이 현재 가치로 80만 원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부부 합산 160만 원이고 여기에 국민연금 50만 원을 합하면 210만 원이나 된다. 그 정도면 충분히 즐겁고 풍요롭고 의미 있는 생활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노후에 진짜로 필요한 것은 금융 전문가들이 10억 원을 강조하는 속셈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를 초조하게 만들어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펀드에 투자하도록 만들고 싶은 것이다. 보통의 수익률로는 원하는 금액을 만들기 어려우니 약간의 위험을 안고 투자하라는 것이다. 또한 젊은 나이라면 지금부터 노후자금 준비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를 즉시 실행에 옮기라는 얘기이다. 현재의 가계구조는 문제없으니 투자는 우리에게 맡기고 열심히 신용카드도 쓰고 대출도 받아쓰고 돈을 벌어 갚으라는 것이다.

 

결국 그런 마케팅에 넘어가 사람들은 끝없이 소비하고 겁 없이 투자하고 위험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결말은 비참하다. 2011년 6월 현재 가계 부채 1,000조 원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금융기관이나 전문가들이 그런 현실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개인이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것이 대표적으로 잘못된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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