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문화는 18세기 프랑스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18세기 후반 무렵, 명함 문화는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급기야 미국으로까지 건너갔다. 손수 만든 명함에는 이름, 인사말, 자택 주소 등이 새겨져 있었다. 좀 더 정교한 명함에는 포도덩굴, 꽃, 과일 등이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화려하게 수놓아져 있었고, 심지어는 종이 레이스가 달려 있는 경우도 있었다. 19세기 중반에는 인쇄업자들이 주문에 맞춰 명함을 대량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명함을 주는 방식도 명함의 모양만큼이나 정교하고 다양해졌다. 누군가 새로운 도시에 첫발을 디뎠다면 우선 만나봐야 할 사람들에게 명함부터 돌려야 했다. 그곳 유지들이 자기를 보고 싶어 하는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다. 만일 그들이 부재중일 경우, 명함을 남김으로써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보다 더 복잡한 관습이 생겨났고, 주인을 만나기보다 명함만 남길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도 생겼다. 또 명함 귀퉁이를 어떻게 접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했다. 왼쪽 위가 접혀 있으면 명함 주인이 직접 왔다는 표시이고, 접힌 흔적이 없다면 하인이 대신 왔다는 표시였다. 또 오른쪽 위가 접혀 있으면 축하 인사를, 오른쪽 아래가 접혀 있으면 위로의 뜻을 전하는 것이었다.

 

여성들은 남편 이름 없이 자기 이름만 새겨진 명함을 들고 다녔다. 하지만 남자들은 여성의 평판을 나쁘게 할 의도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명함을 받지 않았다. 이목을 신경쓰는 사람들은 비즈니스나 특별한 용무가 아니라면, 여자가 남자를 방문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철썩 같이 지켰다. 그렇지 않을 경우 19세기 에티켓 책에 나와 있는 대로 '훌륭한 매너나 예의에서 벗어나는 후안무치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이렇듯 명함의 역사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명함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사용하고 있다. 이제 명함이 없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세월이 이만큼 흘렀어도 예나 지금이나 명함에 적힌 정보는 빈약하기 짝이 없다. 다시 말해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도만 알려줄 뿐이다.

 

지금 사람들에게서 받은 명함을 하나하나 꺼내보라. 그가, 혹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소명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가? 그러나 소명카드를 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꿰뚫어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지금의 명함이 다음 단계로 진화한 형태가 바로 소명카드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소명이 명함 뒷장에 찍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명함의 앞면에는 예전처럼 직장과 직책 등이 적혀 있어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뒷면에 적힌 소명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명함의 앞면이 당신의 외형이라면, 뒷면은 당신의 본질인 것이다.

 

당신이 직장을 옮기거나 직책이 바뀌면 명함의 앞면도 따라서 바뀔 것이다. 그러나 명함의 뒷면은 변함이 없다. 남들이 명함의 앞면으로 당신의 신분을 평가하든 말든, 상류사회에 들여보내든 말든 당신은 당신 자체로 충만한 자아실현을 하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이것이 소명의 진정한 힘이다. 그것은 당신을 휘파람 불며 일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며, 당신이 어디를 가든 항상 따라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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