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의식은 무명의 할머니가 걸어놓는 마네킹의 옷차림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

 

돈을 버는 직업만이 소명은 아니다. 봉사를 통한 소명의 실천도 있다. 작은 일 하나도 ‘이것이 나의 소명이다’ 생각하면서 수퍼맨처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아름다운가게 서초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한 할머니가 그런 분이다. 그 분은 일주일에 단 한 번 매장에 봉사하러 나오시는데, 그 분이 일하는 날은 매출액이 눈에 띄게 오른다. 자신이 하는 일을 직업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하실 뿐 아니라 전문가 뺨치는 감각을 발휘하시기 때문이다. 같은 옷이라도 그 분이 골라서 마네킹에 입혀놓으면 금세 팔려나간다.

 

그 분이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세일즈맨이고 마케터고 센스쟁이다. 그 분에게 있어서 봉사는 소명이다. 그래서 직업 전문가 못잖은 열과 성을 기울여 일을 하신다. 그러니 그 결과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여러분도 마찬가지다. 직업에서 소명을 찾을 수 있다면 최선이겠으나,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직업 외의 소명을 따를 수도 있다. 봉사가 그것이다. 소명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소명은 ‘철밥통’보다 힘이 세다. 가장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고 제일 험한 길을 걷게 한다

 

소명은 원래 가졌던 안정된 직업을 박차고 미답의 가시밭길을 길을 걷게 하기도 한다. 대인지뢰 반대운동을 펼쳐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조디 윌리엄스. 원래 학교 교사였던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비인도적인 무기로 꼽히는 대인지뢰를 지구에서 몰아내기 위해 반대 운동에 나섰다. 대인지뢰는 ‘생각을 하지 않는 무기’로 불린다.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살상한다. 특히 호기심 많고 조심성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최대 피해자라는 점에서 더욱 비인도적인 무기다.

 

그는 이같이 잔인한 무기의 사용을 반대하기 위해 교사라는 직업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91년 대인지뢰 금지운동 단체(ICBL)를 만들어 세계 사람들에게 팩스와 이메일을 통해 대인지뢰의 끔찍함을 알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헌신적이고 왕성한 활동은 97년 오타와에서 123개국이 모여 지뢰금지협정을 체결하는 결실을 만들어냈다.

 

나도 어찌 보면 소명 때문에 ‘직업을 버린’ 사람이다. 시민운동가가 되기 위해 변호사라는 직업을 버렸다. 물론 지금도 직업이 있기는 하다. ‘소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명함에 적어 넣고 다니니까. 하지만 돈을 잘 벌다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일을 하게 되었으니 ‘전직(轉職)’이 아니라 통상적 의미의 직업을 ‘버린’ 사람인 셈이다. 대부분 사람이 선망하는 직업을 버렸지만 나는 지금의 내게 더 크게 만족한다. 더 행복하다. 남들은 ‘설마?’라고 의심할지 모르지만 진짜 그렇다. 비밀은 이거다. 소명이기 때문이다. 바로 ‘나의’ 소명을 따르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에게도 귀띔한다. 행복해 지고 싶다면 ‘진짜 소명’을 찾으라고. 그것이 인생의 지락(至樂)을 찾을 수 있는 비밀의 열쇠라고.

 

-위즈덤하우스,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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