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기 위해서는 나에게 있어서의 ‘진짜’를 찾아내야 한다

욕심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욕심을 덜어내고 마음을 비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욕심을 덜기는커녕, 물질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찾는 이들도 많다. 특정한 물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소유하려 드는 쇼핑 중독자들이 그들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고 미래에 불안함을 느끼거나 삶의 목표가 불분명할 때, 온갖 결핍감을 물질로 채워보려는 증상이다. 마음의 병은 더욱 깊어갈 뿐이다.

 

욕심을 비우려면 자신의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심플라이프>라는 책을 읽어보면 사람은 쓸데없이 많은 것을 가지려다 보니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덜 가지려 하다 보면 오히려 생각지 못한 다른 것을 더 누릴 수 있게 된다. 내가 젊은이들에게 월급 많이 주는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죽을 힘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월급을 많이 준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일을 시킨다는 뜻이다. 그 일이 자신도 기꺼이 하고 싶은 보람있는 일이요, 자신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일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야 한다. 자기가 의미를 부여하며 매달리고 싶은 일,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면 물질적인 쾌락이나 육체적인 안락에 대해서는 저절로 무심해진다. 보람과 목표의식을 찾으면 월급 액수가 중요치 않게 느껴진다.

 

비울 줄 아는 사람들은 임금협상 투쟁을 ‘거꾸로’ 한다

나와 함께 여러 시민단체에서 일했던 직원들이 그러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할 때 나는 해마다 직원들을 상대로 ‘임금협상 투쟁’을 했다. 그런데 그 투쟁이 여느 기업의 양상과는 정반대였다. 나는 일반 기업보다 턱없이 적은 간사들의 월급을 어떻게든 올려주려 하고, 간사들은 “우리 임금이 다른 시민단체나 사회복지사들보다 그다지 적지 않으니 임금을 동결시켜달라”고 했다. 즐거운 싸움이었다. 고마운 선물이었다. 그들은 큰 뜻을 향해 뚜벅뚜벅 걷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걷는 길에서는 물질적인 유혹이 느껴질 틈이 없었다. 보람 그 자체가 욕심을 거두어버린 것이다. 진실로 스스로를 비운 사람들이다. 여러분도 조금만 더 비우면 훨씬 인생이 고마워지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

 

참, 이 글을 읽고 나면 바로 책장 서랍과 옷장을 비울 것도 함께 권한다. 별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도 아까워서 보관하고 있었던 물건을 꺼내도록 하라. 그리고 아름다운가게에 내놓으라. 여러분에게는 별 쓸모없는 물건들이, 보다 필요한 사람들에게로 전해지면 별이 되고 꽃이 되므로. 훨씬 큰 쓸모를 갖고 가치롭게 새로 태어날 수 있으므로.

 

-위즈덤하우스,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중에서-

박원순, 가치, 가치사전, 비움, 욕심, 희망제작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