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는 80의 나이에도 율리시즈의 배에 올라타 장거리 항해를 하게 만든다

이영구 할아버지라는 분도 있다. 오래 전 육군에 몸 담았던 분으로, 희망제작소의 후원회원이시다. 이 분이 몇 년 전 강남문화원에서 어렵기로 소문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원서 강독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수학하는 이들은 대부분 영문과 교수거나 영문학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었다. 할아버지만큼 문외한인 이는 없었다. 게다가 이미 여든이 다 된 나이였다. 시작부터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첫 수업에 모르는 단어를 찾아서 책에 적어넣으니 종이가 새까맣게 뒤덮였다. 아는 단어가 거의 없었다. 주위 사람들은 “어이구, 저 양반 얼마나 오래 하다 그만두나 보자”고 혀를 찼다. 그런데 그것이 벌써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한 페이지를 읽을 때 사전을 찾아보야 하는 일도 몇 번 되지 않는다. 여든의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한 용기, 그리고 남보다 뒤처지는 데도 창피를 무릎쓰고 몇 년 씩이나 계속할 수 있었던 용기. 그는 진정한 용사다.

 

젊은이들이여. 남아있는 시간도, 체력도, 건강한 두뇌도 있는 여러분들이 어째서 지금 용기를 잃는 것인가. 일어서라. 용기를 끌어모아라. 여러분보다 용기를 내기에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이들은, 세상에 달리 없다.

 

원순씨의 독서노트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저지른 일보다는 저지르지 않은 일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밪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를 떠나라.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고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삶을 뜻하는 생(生)이라는 글자는 소[牛]가 외나무다리[一] 위로 건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우리는 뭔가에 쫓겨 다니는 소[牛]와 같은 존재다. 날개와 빠른 발도 없고, 몸도 무거운 우리 앞에는 거친 탁류가 흐르고, 그 위에는 외나무다리[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건너편에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싱싱한 풀과 맑은 샘이 보이지만, 포효하는 탁류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외나무다리는 그 위로 올라서면 툭 부러질 듯 아슬아슬하다. 잘못해서 저 물속에 빠지면 영영 못 돌아올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소의 뒤를 쫓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잡힌다면 소는 결국 뼈가 으스러지도록 부림만 당하다 도축되어 생을 마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牛]는 어떻게 해야 할까? 외나무다리[一] 위에 올라서서 참된 삶[生]을 향해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노예로 일생을 마칠 것인가? 유영만 <용기>

 

-위즈덤하우스, [박원순의 아름다운 가치사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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