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자세

 

아들은 최근의 거래 실적 부진 때문에 걱정하고 있다.

이번 좌절뿐만 아니라, 미래에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견디어낼 만큼

이 회사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하고 걱정한다.

 

너는 우리의 주요 제품 몇 가지가 경쟁사 제품에 의해 시장에서 밀려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걱정하고 있는 것 같구나. 나도 상당히 걱정이 되지만, 우리가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군대 용어로 용의주도한 후퇴이다.

후퇴의 주요 목적은 그런 상황의 결과 회사가 입게 될 손익 계산을 정확히 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우선 손익 계산서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매출과 판매 원가의 차이를 계산하면 손실을 대강 파악할 수 있지. 이번에는 대충 이익의 20퍼센트 정도를 잃은 모양인데, 이는 물론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비참할 정도는 아니니 머리를 싸매고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장래를 위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고 말이다. 다행히도 나는 성공의 경험처럼 많지는 않지만 실패의 경험도 몇 번 있으므로 이번에도 폭풍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생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것도 사는데 힘이 된다. 사람을 단련시키고 언젠가 만날 수도 있는 미지의 곤란에 대비하도록 해주는 것도 그 역할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 사실 내가 보기에는 사람은 곤란이나 역경에 대처할 때 종종 그 본래의 특성을 발휘하더구나.

 

우리의 다음 일은 매출의 감소에 상응해서 마케팅 부문에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지 분석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20퍼센트 저하되었다는 것은 판매비가 높아졌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당연히 영업 사원의 수를 줄이고 남은 사람들로 담당 구역을 재편성해야 한다. 공장에서도 같은 순서를 따를 필요가 있는데, 생산을 축소하면서 몇 명이나 동시에 해고해야 할까?

 

여기서 다시 한 번 군대 용어를 빌린다면, 사업 경영의 수단으로서 전지의 재구축은 성장과 똑같은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두 가지 가운데 진지의 재구축에 더욱 경영의 능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혹은 기본적인 변화로 부대를 다시 편성하고 다시 처음부터 실제 땅을 탈환해야만 한다는 상황과는 달리, 성공은 보통 붕괴의 위험을 내포하지도 않고, 인내를 강요하지도 않으며, 사람을 자극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것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방어 태세가 잘 갖추어져 있는가는 어느 정도 그 회사의 성장 구조에 달려 있다. 너도 기억하겠지만 우리는 성장 계획을 수립하는 데 앞서 간혹 고정 비용과 변동비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정 비용은 매출 수준에 상관없이 짜 넣어야만 하는 비용이었다. 즉 토지나 건물의 임대료는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설비의 감가상각이나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의 이자도 마찬가지지. 그러나 변동비용은 매출과 함께 오르고 내린다.

 

따라서 우리의 임무는 고정 비용을 재검토하고 무엇이든 실행이 가능한 한 삭감하는 것이다. 그중 한 방법으로 토지나 건물의 빈 공간을 임대하거나 설비의 일부를 매각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현재 관리 부문의 인원은 전원 필요한 것일까? 이런 고민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다음에 다시 확장 계획을 책상 위에 펼쳤을 때는, 제일 먼저 그 계획이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자신에게 물어보도록 해라. 그것이 방어 태세이다.

 

나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람이 아무리 조심스럽게 일상의 문제에 대해 준비해도 어느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반드시 예상치 못한 재난을 만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것인데, 너 역시 끊임없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는 어려운 문제에 맞설 각오를 하지 않으면 경쟁 상대와 간격을 벌려 나갈 수 없다.

 

사업 시작 초기에 회사의 나약함과 매주 도산하는 회사의 수에 놀란 나는 경영의 다각화에 온 힘을 기울였다. 사업을 계속해 나갈수록 더욱 다각화를 진척시킬 수 있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이 원칙에 충실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오늘 한 개의 회사가 아니라 일곱 개의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란다.

 

혹시 내가 첫 회사에 멈춰 그것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만 노력했다면 전체적으로 현재 사업보다도 크게 성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수의 회사가 보증하는 상대적인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에서 실패해도 다른 회사에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위즈덤하우스, [인생의 고비마다 CEO아버지가 답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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