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와 존경을 받는 리더는 긴 말을 하지 않고도 조직을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리더가 입을 닫고 있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아니, 사실 리더는 입을 닫고 있을 틈이 없다. 조직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념과 가치를 설파해야 할 사람이 지나치게 과묵해서는 동기 부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표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해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라도 통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비전이, 목표와 지침이 전달이 안 되고 공유가 안 되면 그만큼 조직의 효율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달리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업무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수단이다. 때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만으로도 다른 업무 능력들을 능가할 수 있다.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도, 승진과 보직을 결정할 때도, 리더십을 평가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능력 아닌가.

 

그런데 다들 입만 열면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왜 실패를 거듭하게 되는 걸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방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래도 커뮤니케이션이 안 된다고 야단들인 이유가 뭘까? 원래 커뮤니케이션이, 소통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

 

나는 이미 1988년부터 20년 이상을 줄곧 함께 일해 온 동료와 지금도 종종 말이 엇갈릴 때가 있다. 20년이면 서로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만한 세월이다. 멀찍이 떨어져 지낸 사이도 아니다. 매일같이 직장에서 얼굴을 대한 사람이다. 내가 2000년에 회사 경영을 시작한 뒤로는 줄곧 그가 경영기획과 관리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사실상 회사의 거의 모든 업무를 협의해 온 동료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런데도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히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는 가볍게 지나가는 투로 이야기하고서 전달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상대방은 못 들었거나 다른 뜻으로 이해한다. 때로는 서로 같은 결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놓고도 나중에는 딴소리를 하게 된다. 확인해 보면 서로 받아들인 뉘앙스가 조금 엇갈렸을 뿐인데, 뒷일은 너무나 확연히 달라져 있다. 아주 잠깐 새 일어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큰 오해를 낳고, 불필요한 낭비와 실수를 낳는 것이다. 참 어렵다. 미묘하고 까다롭다.

 

커뮤니케이션이 성공하려면 내가 필요한 얘기만 내 방식대로 해서는 곤란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언어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도 오류가 생길 수 있으니 재차 확인해야 한다. 만약 상대방으로부터 어떤 언행을 기대한다면 그런 기대를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오해가 끼어들 소지가 있다. 당사자가 불분명해서도 안 된다.

 

간혹 메일을 쓸 때 여러 명을 수신인으로 설정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그런 메일을 받으면 아예 답장을 안 하게 될 때가 많다. 내용의 개략만 파악하고 넘어가면 되는 메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수신인들도 비슷할 것이다. 여럿이 다 관심을 가져 줄 것 같지만 정작 한 사람도 자기 일로 느끼지 못하게 되고, 결국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만약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한 번으로 정확히, 충분히 전달되기 어려운 이야기라면 두 번, 세 번, 계속 해야 한다. 상대방이 내 생각을 이해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커뮤니케이션을 중단하면 안 된다. ‘내가 너무 자주 이야기하나? 너무 세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면 사람들이 지겨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서 표현을 아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생기는 문제보다는 반대로 너무 소극적이고 우회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훨씬 많지 않은가? 표현을 아끼려 들지 말라. ‘또 그 이야기냐’는 핀잔을 들을지언정 자기 생각을 분명히, 자주 전달해야 한다. 그럴수록 오해의 소지가 줄어든다.

 

 -위즈덤하우스, 신현만 지음 『능력보다 호감부터 사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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