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진심으로 현재의 상태에 만족한다면, 다시 말해 탑 퍼포머로 성장하고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고자 하는 열망이 없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만약 당신이 비즈니스를 통한 경쟁과 성취, 성공과 무관한 삶, 욕심 없이 안존하는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지금 어느 자리에 있든 자신만의 미래를 훌륭하게 꾸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넓은 들판에 즐비한 과실수보다 바위산에 뿌리를 내린 잡초 한 줄기가 더 소중할지 모른다. 나는 그런 철학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면 애초에 관심사가 다르지 않을까? 굳이 아까운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읽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문제는 확고한 삶의 지향이나 철학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리더에 대한 꿈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어물어물 제자리만 지키고 있는 경우다.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주어진 일에만 매달리는 이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 늘 피해 버리려 든다. 진로가 불분명하고 이직이 잦다. 어느 곳에서나 ‘잘한다’는 소리는 들을망정 최고의 성취를 이루는 법은 없다. 자기 목표가 뚜렷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대학에 진학한 딸이 하나, 그와 제법 터울이 지는 아들이 하나 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내가 입버릇처럼 해 온 말은 정해져 있다. ‘많이 놀아라, 많이 자라, 우유 많이 마셔라.’ 스트레스 없이 튼튼하게 커 달라는 뜻으로 해 온 주문이다. 그 밖에 공부를 하니 마니, 시험 성적이 올랐니 떨어졌니 하는 소리는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명예를 부풀려 부모덕을 보게 해 줄 생각도 없고, 재산을 많이 모아 물려줄 생각도 없다. 단, 부모로서 그들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꼭 한 가지 있다. 바로 목표의식이다. 목표를 부여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스스로 자기 삶의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 중에도 목표가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확연히 다르다. 목표가 있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고 알아서 필요한 경험들을 쌓아 나간다. 그렇게 성장하는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의 좌표를 잊지 않는다. 그러니 목표가 수정된다고 해도 흔들리는 법이 없다. 목표가 있다고 저절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그렇다. 그러나 목표가 뚜렷하면 그에 맞추어 준비하고 투입하게 되어 있다. 사격을 할 때 과녁이 없다고 생각하면 총을 어디로 쏘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동쪽도 좋고 서쪽도 좋아서, 총을 왜 쏘는지도 알 수 없어진다. 그러나 과녁을 보고 총을 조준하면 총알이 웬만큼은 비슷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훈련을 거듭할수록 실력은 조금씩 향상되어 언젠가는 명중하는 날이 오게 되어 있다. 그러나 목표가 없는 아이는 아무리 부모며 선생이 달라붙어 뒷바라지를 해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갖은 공을 들여 명문대에 들여보내 놓은들 이후 자기 진로를 개척해 나갈 힘이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다.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흘러도 그저 떠다니며 주변에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대로 휘둘릴 뿐이다.

 

그래서 나는 고입을 앞둔 아들 녀석이 특목고에 진학하기를 바라고 있다. 공부나 성적은 상관없다면서 웬 특목고 타령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이유가 있다. 목표가 뚜렷한 아이들, 꿈이 큰 아이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특목고에 진학한다고 해서, 또는 명문대에 진학한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얼마나 뛰어난 교수들이 얼마나 대단한 학습 툴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까? 하버드나 스탠포드에서 학위를 따 온 사람들, MBA 과정을 이수하고 온 사람들은 또 얼마나 혁명적인 교육을 받고 왔을까? 알고 보면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명문인가 아닌가를 가르는 기준은 엄밀히 말하면 교수 기능이 아니라 선발 기능에 있다. 엄청나게 잘 가르쳐서 명문인 것이 아니라 똑똑한 학생들을 뽑아 가기 때문에 명문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배우는 게 없다는 뜻은 아니다. 많이 배운다. 많이 성장한다. 왜? 준거 집단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재능이 많고 꿈이 큰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지고 안목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목표의식이 생기고 꿈이 커지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직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목표가 낮은 조직, 목표가 없는 조직에서는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실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점을 찾는 문화는 없다. 오히려 발전을 꿈꾸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별종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주조를 이룬다. 이런 집단에 속해서는 배울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지 않던가?

 

좋은 인재가 좋은 인재를 부르고, 유능한 상사가 유능한 직원을 부르는 법이다. 그러니 크게 성장하고 싶다면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들, 꿈이 큰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나는 내 자식들이, 내 친구들이, 우리 회사 직원들이, 또 나 스스로도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부디 여러분도 당장 책을 내려놓고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나는 내 목표를 뚜렷이 알고 있는가? 이 자리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 그 모습에 충분히 만족하는가?

 

-신현만 지음, [능력보다 호감부터 사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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