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3을 보자. 왼편은 정상인이, 오른편은 무시증후군 환자들이 그린 그림이다. 무시증후군 환자들이 그린 그림에서는 시계, 집, 꽃, 고양이의 왼편이 모두 빠져있다.

 

이들은 마주보는 얼굴을 볼 때에도 그 사람의 오른쪽 얼굴에 대해서만 묘사하지 왼편은 무시한다. 즉 나의 시야에서 볼 때 왼쪽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준에서 왼편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 이들은 면도를 할 때에도 자신의 얼굴 왼쪽만 면도한다. 왜일까? 거울에 비친 얼굴의 왼쪽을 무시하니까 거울 속 오른쪽 얼굴만 면도를 하게 되고, 거울 속 얼굴의 오른쪽은 실제로 자신의 왼쪽 얼굴이다.

 

무시증후군 현상이 단지 눈앞에 보이는 사물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1978년 이태리의 비시아Bisiach와 루짜티Luzzati 박사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무시증후군 환자들에게 밀라노 광장을 상상하게 했다. 밀라노 광장의 양쪽 끝에는 성당과 동상이 마주하고 있다. 한번은 동상을 등지고 성당을 바라보며 밀라노광장을 상상하게 했더니 자신이 보는 광장의 오른편 건물들만 묘사했다. 그 다음에는 성당을 등지고 동상을 바라보며 광장을 그려보게 했더니, 이번에도 자신이 바라보는 광장의 오른편 (동상을 등질 때와는 반대편) 건물들만 기억했다. 무대에 가지 않고 마음속에서 그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심상에서조차 한쪽 편을 무시한 것이다.

 

반측무시증후군에는 자기중심egocentric 반측무시와 객체중심allocentric 반측무시가 있다. 자기중심 반측무시는 자신의 왼쪽 시야에 있는 대상을 모두 무시한다 (그림 6‐a). 왼쪽 시야의 집과 울타리가 그림에서 모두 빠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객체중심 반측무시는 마주하는 대상 하나하나의 왼쪽 절반을 무시한다 (그림 6‐b). 나무, 집, 울타리 각각의 왼쪽들이 그림에서 빠져있다.

 

 

그런데 이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흡사하지 않은가. 우리는 흔히 세상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 한쪽 편들기를 좋아한다. 남자 대 여자, 보수 대 진보, 경상도 대 전라도. 이는 자기중심 반측무시이다. 또 다른 방식은 타인의 일부만 보는 것이다. 타인의 장점만 보고 무작정 그의 편을 들거나 단점만 보고 비판만 하는 일은 객체중심 반측무시 현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강동화 지음, [나쁜 뇌를 써라] 중에서-

실수, 반측무시증후군, 나쁜뇌를써라, 읽을만한책, 인문, 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