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자극 후 쥐는 곧바로 그 쪽 구석으로 다시 갔다. 두 번째 자극 후에는 더 빨리 그 곳을 찾았다. 나중에는 쥐가 스스로 레버를 눌러 전기자극을 받게 하였다. 그랬더니 한 시간 동안 무려 700번이나 레버를 눌렀다. 심지어 음식과 물은 쳐다보지도 않고 기진맥진해 죽을 때까지 레버를 누른 쥐도 있었다. 대체 그 곳이 어디길래 식음을 전폐하고 탐닉할 정도로 좋았던 것일까?

올즈와 밀너가 우연히 발견한 이 곳은 바로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었다. 그 후 과학자들은 측좌핵을 쾌감 중추라 불렀고, 측좌핵과 복측피개영역ventral tegmental area을 포함하는 보상회로reward circuit를 밝혀냈다(그림 1).

 

 

1960년대 뉴올리언즈 튤레인대학 정신과 의사인 로버트 히스Robert Heath 박사는 올즈와 밀너의 실험을 인체에 적용해보았다. 그는 정신 질환자들 뇌의 보상회로를 전기 자극하여 그들을 쾌감에 푹 젖게 함으로써 우울증, 정신분열증, 통증, 자살충동을 치료하고 싶었다. 사실 히스 박사는, 인간도 올즈와 밀너가 실험했던 쥐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했다. 어땠을까?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전기자극을 받았을 때 쾌감에 몸을 떨었다. 어떤 실험참가자는 자극을 멈추지 말라고 실험자의 손을 잡으며 말릴 정도였다고 한다. 스스로 자극할 수 있도록 제어기를 주었더니 천 번이나 연속으로 누르기도 했다. 가히 뇌의 G 스팟이라 할만했다.

 

담배 속 니코틴은 순식간에 온 몸에 퍼진다. 흡입하자마자 10초 이내에 니코틴은 뇌에 도달하여 측좌핵에서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담배뿐만이 아니다. 모든 중독성 약물이 궁극적으로 뇌의 보상회로에 작용한다. 이 회로의 중심은 측좌핵과 복측피개영역이다. 여기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가세한다. 보상회로가 발동하면 측좌핵과 복측피개영역 뉴런으로부터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고 도파민은 쾌감을 유발한다.

 

 

애연가들은 담배 중독과 마약 중독은 서로 다르다고 여길 것이다. 물론 사회적 규범에서 보면 그렇다. 흡연은 범죄가 아니고 코카인을 흡입하는 것은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연가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담배와 마약이 뇌를 변화시켜 결국 우리를 중독의 늪에 빠지게 하는 과정은 거의 동일하다.

 

비단 약물뿐만이 아니다. 강박적인 음식 섭취, 도박, 섹스 등도 중독 대상이 된다. 한번 맛을 들이면 다시 하고픈 마음이 생긴다. 그 무엇이든 측좌핵을 자극하여 도파민이 분비되면 뇌는 ‘어! 이거 좋은데? 또 해볼까?’라고 해석한다. 도파민 수치가 올라가면 도파민 상승을 계속 부채질한다. 우리 뇌는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을 원하게 된다. 보상회로를 자극한 즐거웠던 사건을 뇌는 기억하고 그 일을 반복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이로써 중독에 빠지기 위한 준비는 끝난 것이다. 어찌 보면 보상회로의 도파민 수용체에 딱 들어맞는 니코틴과 같은 중독성 약물을 인간이 발견했다는 것 자체가 불행의 시작일지 모른다.

 

-강동화 지음, 『나쁜 뇌를 써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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