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활에서 생활인으로 살아남기

 

 

많은 사람들이 유학 생활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유학 생활은 상당히 힘들다. 혹 유학 생활을 해본 사람들 중에는 외국 생활이 뭐가 힘들다고 엄살이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지간한 각오 아니고는 견뎌내기 힘든 것이 유학 생활이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나마 외국에서 공부하느라고 받는 스트레스는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선, 학교라는 곳은 학생을 우선으로 하는 곳—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떤 식으로든 학교에 대한 불평을 해대기 마련이지만—이다. 나 역시 호주와 영국의 학교를 거치면서 학교에 항상 100퍼센트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이곳은 학교가 아니라 사업체야.’라든가 ‘우리 같은 학생 덕에 유지되면서 위세만 당당해.’ 하면서 끝없이 불평을 해대곤 했다.

 

그러나 그것이 행복한 투정이었다는 것을 취직하고 나서야 알았다. 일단 취직이라는 것을 해 보라. 그런 불평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직장인에게 개인 사정이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말 그대로 개인 사정일 뿐이다. 특히 외국에서 취업을 한 경우에는 언어 소통까지 자유롭지 않아서 겪는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안아야 한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해도 급하면 막히기 마련이다. 실수를 저지르거나 변명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 심하다. 화가 난 상사 앞에서 더듬거리는 영어는 그의 화를 더욱 부추길 뿐이다. 힘든 타지 생활의 고통도 물밀듯이 밀려온다.

 

여기에다가 한국에 있었다면 생각도 못했을 일까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우선은 봉급(paycheck)에서 빠져나가는 자잘한 목록들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집세, 점심값, 보증금, 세금들……. 세금은 웬 종류가 그리도 많은지 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그 외에 혼자 사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살림살이들과 경비까지 합치면 생활비가 만만치 않게 든다. 그러므로 세일 때마다 잡다한 목록들을 적은 리스트를 손에 들고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이왕 말을 꺼낸 김에 세금 얘기 좀 하고 넘어가자. 미국은 각 주(州)마다 세금의 종류나 세액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없을뿐더러 잘 알지도 못한다. 다만 내가 겪은 인턴의 경우를 이야기 하겠다.

 

우선, 입사에 앞서 회사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있는데, 이때 정부에서 나온 사람과의 간단한 면담이 이루어진다. 이 면담은 형식적인 것으로, Social Security Number(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와 세금 문제들을 위한 것이다.

정부에서 나온 사람은 일단 세금의 종류를 선택하라고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회사 내에서도 세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진 사람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회사 담당 회계사의 전화번호를 물어서 문의하는 것인데, 이것조차 번거로워 대충 귀동냥한 것으로 번호 찍기를 하게 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0에서 9까지의 번호가 있는데, 그 중 자신에게 알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0을 선택하면 일 년 내내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다가 회계 달인 4월에 가서 한꺼번에 일 년치 세금을 내야 한다. 9를 선택하는 경우는 월급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대신 4월에 가서 엄청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저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2를 선택했었다. 다달이 세금을 내고 4월에 가서 약간의 환급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환급 신청에 드는 돈이 150달러 가까이 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

 

-유수연 지음,『23살의 선택,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을 찾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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