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두뇌 정리에 관한 서적에서는 컴퓨터의 일정 관리 어플리케이션 활용 방법이나 수첩 정리 기술, 노트 정리 기술 등이 눈에 띄었는데, 최근에는 외부에 있을 때의 시간 활용 기술(정보가 흐트러지기 전에 뛰어난 시간 활용력으로 미리 정리한다는 취지)을 다루는 책이 대부분이다. 이런 정리 기술은 익혀두면 하나같이 유용한 노하우이다.

하지만 물건 정리에 관한 정리정돈은 이미 많이 다뤄지고 있고, 여전히 당신을 고민스럽게 하는 것은 ‘두뇌의 혼란’일 것이다. 물건이 정리되었는데도  당신의 두뇌가 혼란스러운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불성실한 생각과 말, 행동 때문에 당신의 머릿속이 흐트러지고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존의 정리 기술에 관한 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정리를 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리를 잘하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리를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정리를 해서 그것이 성과로 이어지게 만들려고 할 때, 그 정보와 행동을 연결시키는 것은 당신이 부하직원에게 내린 ‘지시’이며 동료나 외주업체에 대한 ‘신뢰’이며 교섭 상대와의 ‘대화’일 것이다. 따라서 나는 회의에 필기도구도 없이 참가한 사람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기존의 정리 기술에 대한 책들은 ‘다른사람과 대화할 때는 필기구를 지참하라’ 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결같이 서류함, 책상 서랍, 서랍 분류법, 캐비닛 사무용품 수납함, 잡지꽂이 사용법, 각종 전기기구 코드 정리법 등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한다. 여기에도 수납, 저기에도 수납, 또 수납이다.

하지만 사무실은 다소 어수선해도 다른사람과 대화를 할 때 필기구를 지참하고 회의를 할 때는 한 사람도 지각하지 않고 지시한 일은 기일까지는 반드시 보고하는 것이 ‘당연한’ 사무실 분위기로 ‘정리’해야 직업 생활이 편해진다.

정보가 많을수록 당신이 부하직원에게 내리는 지시는 늘어날 것이다. 당신이 눈으로 접한 정보는 곧 당신 눈앞에 배달된 요리 재료와 같다.

재료를 방치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당신은 부하직원에게 지시를 내려서 재료를 처리하게 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주방장이 혼자서 모든 요리를 다 한다면 주방이 유지되지 않는다. 그러면 당신은 그 일이 실행되기 전까지, 다시 말해 마치 요리 재료가 처리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정보가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초조해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아무리 정보(요리 재료)를 정리해도 부하직원이 금세 어지럽히고 말 것이다. 그것을 나는 머릿속 "지적 키친이 더러워졌다"라고 표현하겠다. 당신의 지적 키친을 더럽히는 것은 부하직원뿐만이 아니다. 당신이 설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외주업체가 당신이 말한 것을 이해하지 못해 당신의 지적 키친에 불필요한 것을 들고 오거나 악취를 풍기거나 부패균이 번식할 것 같은 재료를 방치해두기도 한다. 또한 현장의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 선배나 상사가 종잡을 수 없는 지시를 내려 요리 재료를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 책은 이와 같이 당신의 지적 키친이 받는 정보 스트레스를 새로운 정리법을 통해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 쓴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정리정돈’을 무조건적으로 미덕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책과 다르며, 어디까지나 목적지상주의라는 방향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효율화나 잔업금지와 같은 무책임한 푯말을 내거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당신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에 있다.

그 목적을 얼마나 확실하게 달성하느냐에 따라 독자는 이 책의 가치를 판단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결코 소극적인 비즈니스 노하우가 아니다. 스트레스가 줄어들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은 ‘다른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면 당신의 지적 키친을 더럽히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키친을 청결히 하는 데 열심인 사람도 타인의 더러운 키친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은 법이다. 그리고 상대를 엄하게 꾸짖어도 당신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금세 다시 더럽히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당신이 당신의 방식으로 지적 키친을 청결하게 유지하려면 다른사람보다 앞장서서 정리 기술을 펼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