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종이를 인쇄하는 것을 죄악이라고 여길 정도로 친환경 열풍이 일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이미 사방이 적이다.

하지만 친환경 열풍에 대해 언론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자원재료학을 전공하는 추부대학종합공학연구소의 다케다 구니히코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일본의 종이 원료는 개발도상국의 산림이나 열대우림을 채벌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의 목재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무작정 ‘종이=산림파괴’라고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케다 교수는 ‘페트병은 재활용하지 않는 것이 환경에 이롭다’라는 주장을 증명해 유명해진 학자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실제 선진국의 산림은 증가하고 있다. 즉 당신이 인쇄를 해도 산림은 파괴되지 않는다. 빌 게이츠도 『빌 게이츠 @생각의 속도』에서 조금이라도 긴 메일은 인쇄해서 읽는다고 적었다. 종이로 읽는 것이 두뇌 회전이 잘 되고 실수도 눈에 잘 띄며 건설적인 개선 방안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속독 면에서도 내 경험상 모니터 화면은 종이의 속도와 정확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메일을 보낼 때도 발신 전에 한 번 인쇄해서 보면 오탈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와 같이 종이는 우수한 특징을 갖추고 있다.

또한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인 도다 사토루 씨는 히트 상품의 기획서를 철저하게 파헤친 베스트셀러 《히트 상품의 생생한 기획서가 보고 싶다!》에서 남들이 자료를 봐주길 바란다면 ‘인쇄해서 우송하라’라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정보를 종이에 인쇄하면 읽을 확률이 단숨에 높아지는데, 거기에 종이까지 우송받으면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나 역시 디지털이 종이로 바뀌기만 해도 ‘읽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인쇄를 할 때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발휘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의 편집자뿐 아니라 전 세계의 출판 편집자는 예외 없이 작가가 보내온 원고를 전부 출력해서 읽는다.

미국 등은 좀 더 고자세라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라도 우선은 인쇄한 기획서를 출판에이전트에게 우송하는데, 만약 그때 회신용 우표가 붙여진 봉투를 동봉하지 않으면 거절 답장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도 답장이 없으면 그제야 이메일을 이용해서 저자세로 재촉하는 것이 매너라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 정도로 종이는 우대를 받고 메일은 냉대를 받고 있다. 당신의 지적 키친을 청결히 유지하려면 반드시 자료를 종이에 인쇄하고, 사라지지 않는 종이로 업무를 관리하여 두뇌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