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복잡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최근 미국은 불황으로 해고가 줄을 잇고 있다. 한 보고에 따르면 최근 들어 1인당 업무량이 증가하고 노동자의 약 47퍼센트만이 점심시간을 제대로 보낸다고 한다. 나머지 53퍼센트의 사람들은 자신의 책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점심을 거르거나 일을 계속하면서 책상에 앉아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내에서 가장 호황을 누렸던 만큼 큰 타격을 받아, 자동차 업계의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디트로이트를 제치고 전미 최악의 불황을 갱신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 직장인들은 내일 해고되지 않기 위해 오늘 필사적으로 일한다. 회사에서 극단적으로 사람을 줄이고 있기 때문에 각 담당자가 처리해야 할 일이 바닥에 쌓여 있거나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등 모든 것이 ‘긴급 사태’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에 보이는 정리정돈’, 즉 책상 위나 캐비닛 안의 정리정돈 상태는 각 담당자의 성격이 반영된 탓에 불황의 전후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특별히 지저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머릿속’은 매우 혼란스럽다! 상사가 지시한 일을 금세 잊고, 같은 언어로 대화를 나누지만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 나는 미국인들이 실제로는 영어가 서툴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들은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내가 영어를 잘 알아듣는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혹시 그들이 자신들의 모국어인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그들의 ‘영어 귀’가 퇴화한 것이 아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이해도가 떨어진 것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우면 중요한 이메일에 답장하는 것을 깜빡한다. 질문에는 반밖에 대답하지 못한다. 어느 날 갑자기 부하가 해고되고 월급을 더 적게 받는 후임직원이 들어오지만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허둥지둥한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고 그래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하며 잔업을 하고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다. 물건은 캐비닛이나 책상 서랍에 정리되어 있지만 머릿속은 복잡한 것이다.

나는 그런 고객들의 직장을 찾아가 현재 상황을 듣고 혼란스러운 정도를 파악한 뒤 경영자에게 사람을 늘리지 않고 혼란을 해결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실행을 도우며 사원 전체의 스트레스에 냉각수를 부어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회사들이 불황 때문에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생을 이용해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회사가 많다.

게다가 ‘잔업은 무능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은 한 나라의 경제력을 크게 훼손시킨다. 만약 잔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당신의 직장 또한 미국에 버금가는 혼란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잔업을 없애야 회사가 잘 돌아간다’라는 식의 환상을 부추기는 책의 영향을 받은 경영자가 ‘잔업 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해서 지금까지 잔업을 하며 겨우 처리해오던 업무의 효율성이 갑자기 높아지는 기적이 일어날 리가 없다.

주변을 둘러보기 바란다. 당신의 지저분한 사무실과 더러운 캐비닛이 과거에 비해 별반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잔업을 금지당한 사원들의 머릿속은 밥상이 뒤집힌 것처럼 혼란스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