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가 아니라 ‘동기’를 키워야 할 시기

초등학교 1~2학년 때에는 교과 과목의 구분이 애매한 통합적인 기초 학습을 경험하고, 교과 성취도를 평가하는 성적은 수치로 명확하게 주어지지도 않을뿐더러 별 의미도 없다. 하지만 3학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일제고사에 의한 학력 평가와 매달 학교에서 실시하는 교과 평가를 근거로 해서 상대적으로 산출되는 등수가 학생들에게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물론 저학년 때는 학업 성적이 크게 좋지 않다가 고학년이 되면서 학습에 흥미를 갖고 스스로 공부 방법도 찾아 성적을 올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초등학교 때는 전교 상위권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가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습 체력이 뚝 떨어져 전전긍긍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받아 든 성적의 범위를 대학 진학할 때까지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 성적이란 것이 단순히 현재의 실력이나 교과 성적의 평가 정도를 벗어나, 학생 자신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자기 평가의 근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성적이 오르내림에 따라 자신감을 갖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물론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성적이 절대 개인의 능력을 재는 객관적인 척도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성적이나 등수가 학생 개개인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자존감의 정도를 정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자존감, 자신감의 유무가 아직 어린 학생의 학습과 영재성의 발현에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지능지수가 매우 높아서 영재의 가능성을 보였던 어린 학생들이 학교생활과 교과 학습 과정에서 점점 도태되는 모습도 보게 된다.

교과과정은 학생 전체가 대상인 까닭에,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학습으로 각자가 지닌 창의적 영재성을 다양하게 꽃피우게끔 구성되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영재성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사회 변화에 발맞추어 대응할 수 있도록 국내외의 유수한 교육학자들이 계속 개정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선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 방식이나 내용이 어느 특정 분야에 영재성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눈높이에 맞지 않거나 다소 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칫 학교 공부에 소홀해지거나 학습 동기가 부여되지 않아 성적이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방법을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교 수업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동일한 교과 내용을 놓고 아이의 능력에 맞는 좀더 도전적인 과제와 심화된 주제로 부모와 함께 학습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꼭 부모가 아니더라도 여러 교육 시스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교과 학습이란 그 시기에 꼭 알아야 할 평균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배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너무 쉽다’며 수업 자체를 평가절하하거나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은 발전적인 차원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과제집착력과 문제해결력의 측면에서 볼 때, 매순간 꾸준히 동기부여를 하면서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영재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각각의 교육 현장마다 교육 방법이 다른 현실에서, 영재성을 지닌 학생들의 의욕을 깎아내리는 수업 방식과 맞닥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교과 성적이 단순한 학습 성취 평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심리적 학습 동기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볼 때, 학교 수업 이외의 다른 여러 교육 방식을 통해서라도 이를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