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제작자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인데, 이때의 여성들은 제1차 세계대전 무렵과 달리 더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게 되나 전쟁의 종결과 함께 남성들에게 일자리를 내어주고 다시 가정으로 복귀하게 된다. 또다시 전쟁을 겪은 사회는 피폐해졌고, 성숙하고 우아한 고전적인 매력에 마릴린 먼로의 섹시함을 가진 여성을 원하는 모순을 보여준다.

그래서 당시 크리스찬 디오르가 발표한 둥근 어깨, 가는 허리, 넓게 퍼진 스커트의 뉴룩은 한정된 옷감으로 인해 단추 수까지 제한을 두던 전쟁 때와 달리 과도하게 사치스러운 옷으로 여성성을 되찾는 상징처럼 느껴졌다. 이내 여성미를 상징하는 풍만한 가슴은 모두가 추구하는 미의 기준이 된다.

풍만함이란 관점에서 바라본 페라가모의 웨지힐은 ‘슈즈의 뉴룩’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실로 디오르의 뉴룩이 4인치가 넘는 뾰족한 하이힐을 신는 스타일링으로 누군가 옆에서 잡아주어야 할 정도로 불안정했다면, 페라가모의 웨지힐은 높은 굽을 자랑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실용성으로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탄생하여 지금까지 살아남는다.

페라가모는 열네 명의 형제가 있는 이탈리아 보니토 지역의 가난한 가정에서 열한 번째 아이로 태어난다. 어린 시절부터 구두 제작자가 되고 싶어 했던 그는 좀더 품위 있는 직업을 가지라 충고하며 구두 제작자가 되는 것을 반대하던 부모님의 허락을 간신히 얻어낸다. 그 후, 그는 구두제작자가 얼마나 품위 있는 직업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홉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구두 만드는 것을 배우고 스펀지처럼 기술을 흡수해 열 살이 되기도 전에 구두 제작에 대한 어떤 과정이든 매끄럽게 처리해 나간 페라가모는 그 후, 형의 제안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에서 구두 수선일을 하다가 배우들의 구두를 맡게 되면서 커리어를 눈덩이처럼 불린다. 영화 〈7년 만의 외출〉의 한 장면인 지하철 환풍구에서 치맛자락이 휘날리던 마릴린 먼로의 나무랄 데 없는 각선미에 신겨져 있던 페라가모 슈즈를 눈여겨보았다면 페라가모의 인기가 당시 어느 정도였을지 실감할 것이다.

일생을 구두 만드는 것에 쏟은 페라가모는 사람들이 좋은 발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은 발에 맞지 않은 구두 때문이라고 생각하여 발이 편한 구두를 만들기 위해 해부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정확한 사이즈를 잴 수 있게 되어 페라가모의 신발은 디자인뿐만이 아니라 착화감에서도 인정받게 된다. 그의 슈즈가 명품으로 자리 잡은 건 기계화가 당연시되던 그때에 수제화를 고집한 것에서 드러나는 장인정신에 있겠다.

여기에 끈기와 탐구심, 실험정신이 기반이 된 열정은 가난한 보니토 소년을 할리우드 배우를 포함한 셀러브리티의 구두 제작자로, 또 페라가모를 장인정신이 살아 있는 트렌디한 구두 브랜드로 만들었다.

                                                  -예담 『슈즈 시크릿』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