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에게 대부분의 경우에 청유형을 썼는데, 가끔 아이가 엉뚱하게도 청유형으로 답하는 경우가 있었죠. 서연이가 두 돌이었을 때 한 가게에 들어갔는데 장난감을 쥐더니 “다음에 서연이한테 오토바이 사주자.”라고 서연이가 제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솔직히 처음엔 귀여운 마음 반, 걱정스러운 마음 반이었어요. 제가 말하는 대로 서연이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지만 가끔은 엉뚱하게 사용하게도 했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서연이가 좀 더 자라서 대화의 양이 더 는다면 그런 용법의 차이를 금방 알아채고 고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청유형이 가지는 긍정의 힘을 믿기로 했습니다. 

대명사 대신 구체적인 말을 사용해주세요

어른도 말을 하다가 마음이 급해지면 “이거, 이거!”라고 말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아이를 낳아본 엄마들께서는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온 마음으로 이해하실 겁니다. 머릿속으로는 무슨 단어를 떠올리고 있는지 확실히 알겠는데, 그리고 그 사물이 바로 내 눈 앞에 저렇게 떡하니 놓여 있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죠. 그럴 땐 치매 예방 훈련도 할 겸 아이에게 꼭 구체적인 사물의 이름을 지칭해서 알려주거나 해당되는 사람의 이름을 꼭 집어서 알려주세요. “이거 줄까? 저거 먹고 싶어?” 등의 말은 언어 습득기의 아이에겐 배울 것이 없는 표현입니다. 아이가 드디어 ‘이거’라는 말의 뜻을 알고 나서 엄마에게 무언가를 건네받고 싶을 때는 “이거, 이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엄마는 손으로 가리키며 “이거?”라고 묻는데, 그러지 마시고 “물 달라고?”라고 콕 집어서 확인해주세요. 손가락으로 사물을 지칭하기 때문에 특별한 고유명사를 사용하지 않고도 두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아이는 지금 말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서연 : (냉장고를 가리키며) 음, 음.

엄마 : 우리 서연이 배고프구나. 간식 줄까요?

서연 : (여전히 냉장고를 가리키며) 음, 음.

엄마 : 치즈 줄까요? 치즈?

  -예담 『아이언어성장 프로젝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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