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선 행복함부터 떠오르게 마련이지만 미키나 딕키를 보면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매니져로 시합을 주선해 주지만 미키는 징검다리 선수라는 오명을 듣게 될 수준의 시합으로 세월을 허송하게 되고, 화려한 시절을 보냈던 형 디키로부터 권투를 배웠지만 이제는 마악에서 헤어니지 못해 훈련에도 오히려 방해만 되는 지경에 있는 이 가족을 보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런 모습은 뚱뚱한 어머니와 저능아 동생등을 돌봐야 하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의 조니 뎁을 보는 듯 하다.

 

이런 이유로 어찌보면 <파이터>는 '가족 영화'로 구분될 수 있지만 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합한 영화는 아닌 듯 싶다. 이들 가족간에 서로 상처를 주는 행동이나 멀어지는 과정은 그리 유쾌하게 볼 수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이터>는 문제를 제시하는 선에서 머무리지 않고 이들 가족이 다시 화합하는 과정을 '권투'라는 스포츠를 통해 보여진다. 이 속에서 미키의 엄마에 열연도 돋보였지만 단연 돋보이는 디키(크리스챤 베일)의 연기는 압권이며 아카데미 조연상 수상이 이유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파이터>가 이전 <록키>나 <신데렐라 맨>, <밀리언 달라 베이비>만큼의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점은 가족이 화합으로 가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지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관심과 사랑이 오히려 독이되고 상처가 되는 내면의 아픔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여 이들이 화합을 이루는 결말에서 진한 감동을 느끼지 못하고 된다. 거기에 미키가 백업 선수에서 참피온이 되는 시합의 과정도 박진감과 생동감 넘치는 영상으로 담아내지 못했다. 사실 <록키>의 시합 영상도 사실감은 약간 떨어지고 다소 과장된 부분이 보이지만 마지막 록키가 이기는 과정은 자리를 들썩이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는데 <파이터>는 그런 시합의 사실성이 부족해 권투영화로의 재미 또한 약한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