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유명한 단편소설 중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다. 농부가 악마의 제안, 곧 ‘그대가 오늘 저녁 해가 떨어질 때까지 걸어서 구획하는 땅을 모두 주겠다’는 제안에 미혹되어 해가 떨어질 때까지 정신없이 걷고 뛰고 하다가 저물어가는 하늘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돌아가야 할 지점이 아득한 곳에 있어, 한껏 뛰어가다가 목표지점에 이르러 숨이 차서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언론은 인터넷이니, 무선통신이니, 정보화시대니 하여 연일 독자들을 얼얼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은 소위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운다. 그 바다라는 것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정보를 제공해주게 된다는 것이 그 언론들이 제시하는 우리들의 무지개빛 미래이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고,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있다. 어떠한 판단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요즈음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게 하고, 영재로 만들고자 온 힘을 기울이는 부모들이 더러 있다. 아예 놀이터에서는 친구를 찾기가 힘들어서 친구를 찾게 하려고 해도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논리가 지배적 논리가 된 것인가?

현재의 행복을 미래로 돌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현재를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고, 미래는 목전에 없는 듯이 현재의 삶에 매몰되어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녀들과의 단란한 웃음보다는 자녀의 미래를 위한다는 생각 아래 맞벌이를 넘어서 제 2의 부업까지 해가면서 자녀를 각종 학원에 보내기도 한다.

지금의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어떻게 자라게 될까? 요즈음은 EQ라고 해서 지능적 아이큐 못지않게 정서적 아이큐가 중요하다고도 한다. 성공의 열쇠는 성공적 대인관계에 있으니, 정서적 아이큐가 높아야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성공을 향해 치닫고 있는 듯 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성공을 신으로 받드는 열렬한 종교인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실패는 항상 성공을 향한 보조수단으로서만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끝없는 진보에의 꿈, 그 환상이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오늘날 사람들의 삷이 아닌가? 육신은 옛 사람들 그대로이지만, 어느새인가 정신은 사이보그화, 계량화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기계 문명의 압도 속에 목적 합리성의 최면 속에 사람다운 자연스러움을 몰각해버린 채 반도체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아직까지 그런 사람은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대다수는 아니다. 대다수는 아직도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 컴맹이라는 말이 문맹이라는 말처럼 유행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컴맹이 컴맨보다는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컴맹이 컴맨보다 낫다거나 더 인간다운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물론 어불성설일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쩌면 기정사실처럼 다가오는 정보화의 시대에서 어떻게 인간다운 자연스러움을 간직하면서 살아갈지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커다란 걱정거리일 것이다. 해맑은 아이의 웃음을 잃지 않게 하려는 마음가짐은 어느 부모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시 한번 한없는 소유욕으로 저무는 어둠 속에 쓸쓸히 죽어간 농부를 회상하며, 현란한 정보화에로의 손짓이 그 어두워가는 태양빛과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무소유 가운데서도 넉넉하게 미소짓는 부처님이 그립다.

(이 글은 우리신학연구소의 "갈라진 시대의 기쁜 소식"에 게재했던 글입니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우리신학 연구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