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찢어질 듯 굉음을 내고 물이 불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이들 가족은 20여분 떨어져 있는 대피소로 간신히 몸만 왔지만

비싼 캠핑장비가 생각나 아빠와 엄마는 다시 발걸음을 하다가 그만 실종되고 만다.

 

시간은 이제 이 소년(정우)이 취업을 준비하는 때로 훌쩍 건너뛴다.

그리고 <월간 풍문>이라는 곳에 입사를 하게 되어 밤의 이야기꾼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내용이다. 밤의 이야기꾼들에게 들은 다섯가지 이야기는 책을 덮을 만큼의 공포는 다행이 주지 않았지만 무언가 으스스 발에서부터 목까지 서늘한 기운이 돈다고 해야 하나.. 이빨이 날카로운 난쟁이들에 의해 없어지는 사람들, 정체를 알 수 없는 도플갱어 사건, 가장의 손에 죽임을 당한 가족들, 아이들을 죽이는 귀신, 저주에 걸려 죽어간 아름다운 여인..등의 이야기이다. 오래전부터 이어 온 '밤의 이야기꾼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노인은 이곳에서 이야기가 생명력을 얻는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이야기를 할 때 어둠 속에 또다른 존재들이 함께 하고 있다고 말한다. 으..스..스..

섬뜩하였지만 우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를 생각해 보니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이야기 속 인물들과 대화도 나누고 함께 웃기도 하지 않는가..'밤의 이야기꾼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치 내 옆에 이야기속 귀신이, 난쟁이가, 도플갱어가..나타나면 어쩌지..라는 공포스러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밤의 이야기꾼들'의 규칙과 전통에서 마지막 이야기는 정우의 이야기이다. 마음속에 감추어 두었던,  털어놓아야 할 이야기..

정우는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미친듯이 내러던 폭우, 어두운 밤, 계곡, 범람...그 두려웠던 순간을 끄집어 내어 말하기 시작한다. 상류에 있던 보가 터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계곡으로 쏟아져 내려와 6명이 죽고 32명이 실종되었던 그 때..엄마아빠는 정우를 지켜내고 죽었다. 정우는 충격으로 눈을 감고 거의 1년을 가까이 앞을 보지 못한 채 살았다. 눈을 감아야만 엄마아빠를 볼 수 있었기에...눈을 다시 뜬 열살 겨울 무렵 세수도 못할 정도로 물을 무서워했지만 어느 순간 포근한 엄마아빠의 손길이 정우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차차 아픈 기억을 무의식에 넣어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는 정우..그때..누군가가 정우의 어깨를 어루만진다.. 등 뒤에 서 있는 그 누군가가..따뜻하고 감기로운 기운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아빠다.'

정우는 순간 밤의 이야기꾼들의 노인이 한 말처럼

이야기 속 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잠깐 실체를 얻어 나와 함께,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게 된다..

이제 '월간 풍문'은 정우와 대호 선배가 밤의 이야기를 듣고 녹음한 것을 편집하여

'특종! 잠들어 있던 다섯 편의 이야기가 깨어나다.' 라는 책으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오기 전에 큰 사건 하나를 해결하라는 편집장의 지시가 내려온다..

죽은 사람까지 있다는 그 끔찍한 사건과 현장은 무엇인지 이야기속 정우처럼 불길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 몹시 궁금해진다..잡지를 휴간할 정도의 일이란 도대체 무얼까. 책을 덮고 나니 이 글을 쓰기 전보다 자꾸 더 상상이 되어 무서워진다...

이야기를 끝내고 폐가를 나온 사람은 대호 선배와 정우인데..참석자들은 소리도 없이 사라진 것.. 그리고 비로 인해 진흙구덩이가 된 공터 어디에도 아무런 발자국이 없었다는 것... 과연 폐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이야기꾼들은 누구였을까?

 

사람...은 맞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