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그림에서 보이듯 제목에 '로아나'가 원체 강조되어 있어서 '여왕의 신비한 불꽃'이 부제인줄 알았다.

하지만 읽는 도중 나온 로아나의 정체는 주인공 얌보가 어렸을때 읽은 만화의 제목이었다.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이책은 움베르토 에코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삶이 투영되어있는 소설이다.

그가 읽은 책들, 그가 본 도시와 사물, 그의 몇몇 경험담 까지..

살아있는 백과사전 답게 이 책에 등장하는 참고도서와 인용문등은 한도 끝도 없다.

특히 그가 여태까지 써온 소설과 여러 택스트의 인용들이 넘쳐난다.(나도 다 읽은 책들인데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건 왜일까?)

아무튼 이 책은 사고로 쓰러진 주인공 얌보가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깨어난 그에게는 자신의 경험과 관련된 모든 기억이 사라지고 학습이나 독서를 통해 알게된 백과사전식의 기억만이 존재한다.

그 얌보가 자신의 과거 기억을 찾기 위해 자신이 어릴적 살았던 시골집으로 가는 이야기가 700여페이지에 걸쳐져 있다.(독특하게 상,하권의 페이지수가 연결되어 있다.)

얌보의 회상을 통해 우리는 20세기를 아우르는 이탈리아의 정치, 문화, 생활상을 간접 경험한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온 에코의 삶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는 이탈리아가 아니고 대한민국이며 전쟁 후 이탈리아에 자신들의 문화를 전파한 미국도 아니기에 그들이 느끼는 것만큼의 재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2차대전 이전까지의 이탈리아는 가리발디, 무솔리니, 파시스트, 안토니오 그람시 등이 .... 그 이후는 세리에A, 카스텔치오, 아주리군단, 축구구단과 선수들 등 축구관련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거기다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인용문구들은... 난감하다....(읽어본 에코의 책에 나오는 문구도 생각이 안나는데 다른 고전들과 이탈리아 작가들의 책은 당췌 읽어봤어야지..)

뭐 그래도 과거를 찾아가는 얌보의 여정은 흥미롭다. 현재부터 과거로 내려갔다가 어린시절부터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그 여정..

그 과정에서 자신이 쓰러진 이유를 알게되고 또 다른 이유로 다시한번 쓰러지는 얌보..

그가 맨 처음 쓰러졌을때 모든 감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는 짙게 깔린 안개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회상에 의해 다시한번 겪게 되는 삶을 통해 릴라 시바를 향했던 그의 마음과 조우하게 된다.

끝까지 잊을수 없었고 평생을 통해 찾으려 했던 여인.. 하지만 이름도, 얼굴도 감정도 어렴풋하게.. 여전히 덜 걷혀진 안개속을 걷고 있는 얌보

또한번의 충격으로 쓰러진 얌보는 이제 모든 기억이 떠오르고 또한번 그의 삶을 돌아본다.

새로이 돌아본 삶에서는 릴라 시바뿐 아니라 무정부주의자였던 그라뇰라에 대한 감정까지 떠오른다.

아마 두사람이 얌보의 삶을 가장 크게 옭아매고 있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전쟁과 죽음, 사랑...

얌보의 머리속은 여지껏 겪어왔던 경험과 각종 텍스트, 만화와 광고들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제 얌보의 머리속은 안개가 완전히 걷히고 뒷모습만 보이던 릴라 시바의 전면도 얼굴도 마주하게 될것이다.

그리고 태양은 검게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