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김연수로 돌아왔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의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처음 제목만 봤을 땐 장편소설인줄 알았는데 단편소설집이었다.

책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농담', '그건 새였을까, 네즈미', '뿌넝숴(不能說)', '거짓된 마음의 역사',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남원고사(南原古詞)에 관한 세 개의 이야기와 한 개의 주석', '이득박문을, 쏘지 못하다', '연애인 것을 깨닫자마자', '이렇게 한낮 속에 서 있다' 이렇게 9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가지 즐거움'으로 제33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할 당시 자선단편작으로 함께 수록되어 있었으므로 이번엔 읽지않고 패스.

 

김연수의 소설들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왜 그런지 몰라도 김연수의 소설들을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편안하다 이런 느낌은 아니고.. 한없이 내가 밑으로 침잠하는 느낌이랄까?

김영하의 소설은 비슷한 분위기이긴 하지만 조금 가슴이 뛰는 느낌이고.. 박민규는 왠지 신나는 느낌이다. 뭐 나는 그렇다.

 

아무튼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김연수의 다른 소설들처럼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한국, 영국, 중국, 미국으로 날아다니고, 시대도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해방직후, 6/25 등 다양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차분해진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쨌든 김연수의 1인칭의 '나'로만 구성된 소설집을 쓰고 싶었고 이 책에서 수많은 '나'들이 수많은 거짓말을 해서 천국에 들어가긴 어렵다고 후기에 쓰고 있다.

그러면 제목에 등장하는 유령작가인 '나'는 김연수 자신인걸까? 아니면 개별 이야기속의 화자들인걸까? 어차피 그 화자들 자체도 김연수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져 거짓말을 해대는 이들이는 결국 김연수가 유령작인거긴 한데 그렇다고 김연수가 실체가 없는건 아니니까 유령작가가 된것들은 김연수에 의해 창조되어 그의 머릿속을 떠돌고 있는 수많은 '나'들이고 김연수는 그런 유령들이 빙의해서 소설이라는 텍스트로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는 영매 뭐 그런것이 된걸까?

뭐래는 건지..

 

아무튼 이 소설집들의 '나'는 이혼남도 되고 일본인도 되고 중국인 퇴역군이도 되었다가 미국인 탐정, 동생의 국제결혼을 위해 힘쓰는 형, 개화기의 기자, 부역자 부인 등 국적도, 성별도, 직업도 다양하게 변신한다.

김연수의 머리속엔 얼마나 더 많은 '나'들이 활개를 치고 돌아다니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