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김진명이다.

한국사 팩션은 역시 김훈과 김진명이다.

다만 김훈은 약간 중립적인 입장에서 내부의 일을 쓰는 느낌이라면 김진명은 엄청나게 민족주의적이다.

그래서 매우 쉽게 읽히지만 조금 불편하다.

왠지 지금이라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외세에 대항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그가 우리민족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제국 고구려를 만났으니 더더욱 강한 힘으로 충성을 압박한다.

그러다 보니 이번 고국원왕 편에선 팩션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와 전혀 딴판으로 이야기를 돌려놓는다.

선비족의 연나라와 맞서 싸우다 도성을 뺏기고 아버지 미천왕의 유해와 모친까지 볼모로 잡힌 고국원왕....

백제의 근초고왕을 맞아 평양성을 방어하기 위한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고국원왕..

강력해진 외세의 압박에서 뭔가 해보려 시도하다 사그러진 고국원왕..

 

나라의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 미천왕에서 부터 역사시간에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이름들인 소수림왕-광개토왕-장수왕에 이르는 고구려의 황금기를 논하고 싶은데 그 가운데 낀 미싱링크가 바로 고국원왕이다.

고구려의 태왕중 유일하게 전사한 왕. 고국원왕.

그를 어떻게 하면 황금기에 넣을까 고민(아니 미천왕을 거기에 넣기 위해서가 맞을것 같다.)하던 작가는 그를 백성의 왕.. 인간의 생명이 무척이나 가볍게 여겨지던 고대에 완벽한 평화주의자로 만들어버렸다.

 

예수가 그랬나?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내주라고..

김진명의 소설에 따르면 그 예수의 살아있는 모습이 바로 고국원왕이다. 마지막 순간외에는 평생 칼을 뽑지 않았고, 다 이긴 전투에서 오히려 항복하고 용서를 빌고 아버지의 유체에 대한 모욕과 어머니, 부인이 잡혀가는 수모속에서도 오직 백석을 위해 모든것을 감내하는 진정한 백성들의 왕...처럼 허황된 것이 어디있단 말인가?

 

실제 고국원왕은 유일하게 전장에서 죽은 왕일정도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참여하는 왕이었고 전략의 실수로 도성이 환도성을 점령당하는 수모를 겪은 후 마지막까지 모용선비에 대한 적개감을 감추지 못했다.

혹자는 고국원왕이 못난게 아니라 그와 맞섰던 주변국가의 왕들이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선비족의 나라를 세운 연나라의 모용황, 백제하면 떠오르는 근초고왕..  강하긴 했네...

 

그리고 마지막 근초고왕이 평양을 치는 빌미가 되었던 사기..역사에서 사기는 고국원왕이 백제를 정벌하려 출전했을때 다시 백제로 투항하여 고구려군의 약점을 알려줘 백제의 승리를 도왔던 인물이다.

그 후 고국원왕은 다시 백제를 친히 정벌하려 했지만 또다시 패배하고 반대로 근초고왕의 평양정벌을 맡게 되어 결국 화살맞고 죽게되는 뭐 그런 이야기다.

 

김진명은 고국원왕을 유약한 백성의 왕으로 만들었고 그 덕에 사기도 고구려로만 투항한 것으로 정리가 되었네..

그렇게 되면 결국 태자 구부의 마지막 말은 전혀 없는 얘기였던 거네..

 

이 책으로 역사공부를 하면 디테일에서 조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