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일을 잠시 쉬고 있지만

도시계획가임을 잊지 않기 위해 가끔씩 읽는 도시계획관련 교양도서시리즈라고나 할까?

외국에서는 슬럼을 형성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대화된 생활의 대명사인 아파트

타워팰리스 이후 부의 상징으로 변한 아파트에 대해서 외국지리학자는 어떻게 보는지.. 그리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파트가 이렇게나 발전을 했는지 궁금했다.

증보판을 내면서 보강을 했다지만 조사가 대부분 90년대 중후반에 행해진 것이라 현재의 모습을 다 보여주진 못하는것은 아쉬움이다.

그래도 우리나라 아파트 건설의 역사를 돌아보고 어떻게 아파트가 중산층의 상부계층이 선호하는 주거공간이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을 잘 나타나있다.

프랑스에서의 아파트는 사회연대적 개념으로 장기 임대형식을 취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아파트는 전통적인 토지, 건축물의 소유개념을 취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이야기

외국처럼 아파트가 슬럼의 대명사가 되지 않게 한 아파트의 관리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으나 너무 많은 아파트로 인해 이제는 다른 주거공간의 형태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하지 않게 되어버린듯 하여 씁쓸하다.

도시계획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주거지역의 계획은 단순히 밀도에 따른 공동주택(한마디로 아파트)배분만을 생각하고 단독주택의 계획은 구색을 맞춰놓기 위한 귀찮은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큰일이다.

아무리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다고 하지만 아파트말고도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더구나 인구상승도 정체기에 빠져들었는데...

또한 아파트 문화는 아니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보다 더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되어버렸고, 아파트 수준에 따라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계급을 구분하고 계급에 따른 차별을 공고히 하는 썩어빠질 사고까지 낳고 있다. 이는 정책의 문제일까 인간성의 문제일까?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나라 아파트 광고에 나오는 멘트들이다.

세상은 당신이 사는 곳을 동경합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집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당신의 삶속으로 유럽이 들어옵니다.

이웃도 자부심입니다.

당신의 아파트는 누구의 작품입니까?

대한민국 아파트의 자존심

그곳에 가면 꿈이 현실이 됩니다.

집이 달라지면 여자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브라운스톤에 산다는 것은 명예를 지키며 산다는 자부심입니다.

이따위 광고멘트들..

광고멘트에서 조차 아파트를 통해 계급성을 고착화 시키고 있음이 드러난다.

내가 어디사는것과 나의 정체성은 무슨관계가 있단 말이던가..

이책은 한국 특히 서울의 미래를 "오래 지속될수 없는 하루살이 도시"라고 보고 있다.

아파트의 수명은 길어야 20년 일상적인 재건축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의 역사가 사라지고 있는것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로서는 돈벌이 수단이 계속 지속되는 것이라 그다지 나쁜일만은 아니지만 도시계획가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