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도가니는 원래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으로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들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광란의 도가니..
민주화의 성지 무진시는 광란의 도가니였다.

무진시..
霧津 . 
안개의 나루터..
이름부터 음습함과 괴괴함을 풍긴다.
무진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나왔던 그 무진인데 무진기행을 읽어보지 않아 어떤느낌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도가니의 무진은 그냥.. 참담함이다.
인간의 이성이 양심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측은지심 따위는 자기의 영달을 위해 저 멀리 내다버리는 무진의 상류층을 보면 순자의 성악설이 진리인 것 같기도 하고..

읽는 내내 불편한 책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신체 건강한 남성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을수록 점점 마음은 차분해져 간다.
어느덧 나는 서유진을 강인호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강인호가 서울로 그냥 떠났을 때... 조금 허망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 잘난 편지를 찢어버리기 까지 수많은 고뇌가 있었겠지..

나라면 어땠을까?
사업은 망하고 와이프 친구덕에 뇌물을 주고 겨우얻은 비정규직 교사자리..
그 학교의 상황은 절망적이고.. 
나는 어땠을까? 적당히 현실을 인정하고 고개돌리며 못본척 살지는 않았을까?
그 상황에서 나설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아니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이 더 아쉬웠을수도..

도가니..
절망과 광란의 도가니이던 광주 인화학교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 이책..
다음에서 연재되는 동안 그리고 2009년 소설로 출간되고 2010년 8월 초판 26쇄가 출간되어 우리와이프가 구매하고 다 일고 나서도 몇달..
난 왜 그 흥분의 도가니를 느끼지 못했을까?

민주화의 성지 그 광주에서 2005년 있었던 실화라서 더 씁쓸해 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