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알아야 비로소 내가 보이고 이웃이 보이고 그리고 세상이 보이는 법인가 보다. 수십만의 청년실업문제가 우리 사회문제로 들끓은 지 오래다. 꽃 같은 젊은이들이 학업문제, 취업문제로 고민하다 하늘이 결정할 인명을 서둘러 스스로 결정해 버리는 일도 이젠 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하진 못한다.

 

막다른 골목에서 더는 일어설 힘이 없을 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을 구원해 줄 책 한 권을 잡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제 명만큼 살아도 좋을 사람이 아닌가 싶다. 그가 잡은 책이 심리를 치료해 주는 책일 수도 있고 철학 책이거나 한 권의 시집이나 소설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지 못한 의외의 책일 수도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으로 시작해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중소기업인들의 스토리라면 어떨까.

 

어떤 이가 소주와 수면제를 들고 아버지 무덤을 찾아갔다. 그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술에 취해 아버지 산소 앞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을 맞은 그는 돌연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그래, 이렇게 죽을 각오로 다시 도전해 보자.’ 그는 다시 일어섰다. 그가 그때 한때의 절망을 견뎌내지 못하고 세상을 홀연히 떠나갔다면 지금의 메타바이오메드란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타바이오메드는 캄보디아에 진출한 의료용 소재 연구개발 회사이다. 그 회사 회장의 인터뷰를 보면 그 역시 절망 속에서 몸부림치다 세상에 대한 미련을 놓아 버리려 했던 적이 있었던 거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가 성공의 절반을 이뤄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음, 어떤 책이냐고?

 

코트라(KOTRA)에서 막다른 골목 앞에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뭔가 새로운 방향 전환을 모색할 계기가 될 만한 책을 엮어냈다. 제목은 ‘글로벌 중소기업, DNA부터 다르다’이다. 나온 지 얼마 안 된 따끈한 책이다. 제목만 봐도 어떤 책인지 짐작이 간다. 해외로 진출한 우리 중소기업 8개 회사의 해외 진출 도전기를 담은 책이다. 세상에는 해외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 실제로 도전했지만 쓴맛을 본 업체는 또 얼마나 많았을까. 그들 중 성공하는 기업들이 늘 있다는 점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 회사에 대한 모든 것들이 사뭇 궁금해진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사람’을 발견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다는 점에 있었다. 소비자 없이 기업이란 자체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기업,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업이 진정으로 성공하는 기업이라는 것, 누구나 알지만 실제로 실천하기 어려운 이러한 일들을 몸소 실천했던 것이 이 회사들의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겠다. 말도 통하지 않고 정서와 문화가 다른 바다 건너 낯선 곳에서 굳건히 자리 잡은 이 회사들의 도전기를 읽어 본다면 절망의 끝에서 뭔가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잡아볼 용기가 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현지인의 마음을 읽고 그들과의 교감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악독하게 구는 기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평범한 교훈 또한 자연스럽게 되새겨 보게 한다.

 

코트라(KOTRA)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 수출 진흥을 위해 해외 시장 조사, 국내 산업과 상품의 해외 소개, 수출입 거래 업무 등을 담당하며 우리나라 무역 진흥을 위한 일을 하는 국영 기업체이다. 이렇게 든든한 도우미가 있으니 두려워만 말고 해외시장에서 통할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꿈으로만 간직할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길 계획을 세워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두려움 때문에 혹은 게으름 때문에 움츠리고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딱 거기까지인 것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문화를 읽는 것이 곧 그 나라 전체를 아는 것이란 생각이다. 사람을 알고 이해하며 조금의(아니, 때로는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과감한) 용기를 낸다면 누구라도 해외 진출에 도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요란하고 거창하게 시작하려 할 것이 아니라 진출하려는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읽고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적 환경부터 이해한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 아닐까. 커피가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과감하게 커피의 본고장에 진출하려 했던 할리스커피의 배짱이 결국 커다란 성공을 불러왔듯이 발상의 전환이란 건 언제 어디에서 우리를 구해 줄 요소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봉제업체, 커피 매장, 의료용 소재 회사, 금속 회사, 보안전문회사, 캐릭터업체, 환경설비업체, 건설·환경 분야 전문 플랜트 제작업체 등 매우 다양한 기업들의 해외 진출 스토리를 담았다. 내수 시장이 너무 좁다거나 아니면 무작정 바다 건너로 나가고 싶어서, 혹은 기타 이유로 해외로 진출하고 싶은 소망을 가진 모든 이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만한 책이다. 뭔가 꼭 사업 구상을 하지 않더라도 도전 정신 그 자체를 배우고 또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해 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