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이다

이정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이다. 이 말은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려 할 때 자신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배려해야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남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대면낭독’이라는 것이 있다. 거기서는 책을 시각장애인들에게 읽어 주는데 책을 읽다가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그것을 일일이 통역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사전을 찾음으로써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지 않는다. 그럴 때에 지은이는 뒷부분을 더 읽어 달라고 하고 싶지만 매번 그것을 요청할 수 없었다. 이럴 때는 읽어주는 이가 그 사람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배려해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기본 지식을 아는 것보다는 지금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 두 그룹은 조화를 이루며 같이 살아가야 된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장애인을 피해 다닌다. 지금도 길에 걸어가다 보면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걸 보면 아무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만약 어쩌다 보면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거나 얼굴을 찡그린다. 오르막길에서 힘들어 해도 그냥 볼 뿐이지 아무도 도와주려고는 하지 않는다. 모두들 자신 갈 길만 간다.

 하지만, 장애인을 모르는 척하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도와주는 사람도 있다. 그 도움은 장애인을 불편하게 혹은 불쾌하게 만들 때도 있다. 너무 지나치게 도와줄 경우,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자신을 똑같은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불쌍하게 여겨서 도와준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럴 때 장애인들은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그러한 지나친 호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상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장애인들이 열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지나친 친절을 베풀지 모르지만 이러한 지나친 호의는 관계 발전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글쓴이는 비장애인들이 싫을 때는 싫다고 말해 주기를 원한다. 비장애인들은 자신이 본 장애인들의 징그러운 모습을 참는 것이 장애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장애인들 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좀 불편한 것은 불편하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과 비장애인들 사이의 긴밀한 관계가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친구가 될 수 있다. 다 함께 즐겁게 같이 놀면서 말이다. 세상은 한가지의 종류의 분류만이 살 수 없다. 숲은 제각각 다른 나무들이 모여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세상도 서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는 보통이란 무엇일까? 보통이라는 것이 언제나 존재할까? 우리는 영원히 보통의 상황을 보장 받을 순 없다. 새의 세계에서는 날개가 없는 인간이 장애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에도 정상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장애인들처럼 누리지 못하는 권리가 있다. 현대사회에는 자동차 중심문화이다. 도로를 만들고 그 위에는 차들 만이 다닐 수 있다. 우리가 도로에 걸으면 차들에 치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럴 경우에는 차들이 우리를 위해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횡단보도나 육교 등이 더 많이 만들어 져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보통인’ 이라고 하는 것이 오직 이 한순간에만 작용되는 단어라고 볼 수 있다. 보통이라는 기준으로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타인(장애인)에 대해 편견의 시선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언제 비정상인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혹시 나도 ‘보통’이란 기준에 너무도 익숙한 나머지 그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소외시키지 않았는지 생각해 봤다. 은연중에 더러는 불쌍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고, 더러는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거리를 둔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웠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 다 똑같이 지금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도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그들을 왜곡되게 보았던 것 같다. 앞으로 우리는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시각을 없애고 서로 더불어 공생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노력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