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은 꿈이다. 언제나 동경이고. 여행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권리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서른 해 가까이를 살아오면서 여행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떠남이 없었다. 그리 바쁘게, 열심히 사는 것도 아닌데 떠남을 주저하는 데에는 타고난 두려움이 한 몫 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 여행자들은 내가 두려워 하는 낯섦을 극복한 대단한 자들이며, 특별히 선택받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해왔다. 더구나 유럽이라니!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났더라면 한없는 부러움에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한참동안 만지작 거렸을 것임에 분명하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글을 쓰고, 이 책의 사진을 찍은 작가의 손을 생각했다. 이렇게 예쁜 글과 이렇게 예쁜 사진을 담아낸 작가의 손을 어떨까. 저자는 아주 예쁜 감성을 가득 가지고 있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작가가 전해주는 이탈리아 작은 마을들이 내게 인사를 한다. 나는 특히 '알페 디 시우시'라는 곳이 인상적이었는데, 책을 읽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곳이 어느새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이런 곳을 실제로 내 눈에 담아 본다면 나도 작가처럼 예쁜 감성을 지닐 수 있게 될까. '트로페아'라는 곳도 그 아름다운 바다의 색으로 날 유혹했다. 

가지는 못하면서 가고 싶은 마음만 잔뜩 가지고 살아서 여행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과도한 감정 포장이나 설득력 부족한 자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경험했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박하고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느껴져서 좋았다. 마치 친한 친구가 여행하고 돌아와서 나에게만 이야기 해 주는 그런 편안함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 사진들도 가득 해서 혼자 괜히 약오르는 군침을 삼키기도 했다. 어릴 때 엄마가 내일 사준다는 음식을 생각하며 기대에 부풀어 잠을 청하던 그때처럼.

오랜만에 설레며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만약에 언젠가 이탈리아에 가게 되면 나는 이 책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 같다.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는 방법으로 부러움을 택하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이 그 역할을 아주 크게 해 버려서 어쩌면 조만간 이마를 까고 여권 사진을 찍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