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사에서의 일정은 출근해서 결제 올릴 급한 업무를 끝내놓고 인터넷 뉴스를 보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예기사의 제목만 대충 훑어 본 후 스포츠기사를 본 후, 정치 경제 보다 사회면을 먼저 보는 편이다. 항상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어렵지 않게 강도, 강간 등 끔찍한 기사들도 찾아볼 수 있다. 

흔히들 우리는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저런 짓을 할까? 짐승보다도 못한 사람 같으니...... 등 인면수심의 가해자들을 보며 흥분하곤 한다. 
물론 당연한 일이다. 아무 죄 없는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고, 때론 죽음보다 못한 상태로 만드는 가해자들의 잔혹함을 생각하면 치가 떨리니까! 

<편지>는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닌 가해자의 가족, 동생의 입장에서 겪어야 하는 사회적인 혼란을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옮긴이도 마지막에 이야기 했듯이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에 대한 정확한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내 비친다거나 강요하거나 하지 않는다. 

<편지>의 전개는 가해자인 형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동생을 위해 돈을 훔치려다 우발적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시작된다.

물론 시작은 형 이야기로 하였으나, 그가 그렇게 범죄자가 되면서부터 동생 나오키가 겪어야만 했던 차별과, 이어 그 가족까지 겪어야 하는 아픔들이 전개되고 있다. 

사실, 가해자의 가족이 겪을 아픔 따위 같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너흰 가족이니까 함께 비난받아 마땅해! 라고 그 가족까지 싸잡아 나쁜 사람 취급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 가족에 대한 동정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 말이 얼마나 상대적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끔찍하지만 당신의 가족 중에 누가 아무 이유도 없이 누군가에게 살인을 당했다고 생각 해 보자.당신은 그 가해자를 용서 할 수 있는가?
아니, 그 가해자의 가족이 행여 용서를 구하러 왔을 때 당신은 그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겠는가?
엄청난 시간이 흐른다거나, 아주 신적인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상당히 힘들 것 이라 생각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 주위에 이 동생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나 또한 책속에 나온 많은 이들처럼 그를 피하고 뒤에서 수군거리고 내 자식과 그의 자식이 어울리지 못하게 하지 않았을까? 그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머리와 마음이 다른 스스로를 애써 위로하면서 말이다. 

문득,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물론 그 책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는 가해자들이 겪었던 과거 환경의 안타까움, 왜 그들이 그런 일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의 조금의 정당성에 대한 호소했다면

게이고의 <편지>는 가해자의 가족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차별과 아픔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형과 동생의 사이에 놓여 진 가족이란 그 끈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떠나보내게 한 사람에게 용서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살인이 아닌 살인보다는 가벼운 범죄라 할지라도 그 용서의 무거움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이고도 그렇듯이 나 역시 가해자와 그의 가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겪는 것이 마땅한 것인지도 모른다.그것이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속죄에 속한다고 생각이 든다. 또한 게이고는 인생에 대한 짤막하지만 의미 깊은 말을 한다.

"착한 사람도 누구에게나 늘 착하게 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걸 얻으려면 저걸 얻을 수 없지. 뭔가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인생이란."   (p.204) 

가끔 양 손에 자기것을 꼭 쥐고 있으면서 또 다시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아이들을 보곤 한다. 손은 두개이고 이미 그 양손에 자기것이 있으면서도 더 좋아보이는 남의 떡을 뺏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도 커 가면서 느낄 것이다. 남의 것을 빼앗으려면 두 손에 쥐어진 하나는 내려 놓아야만 한다는 것을

마지막 부분에 다달아서 끝내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리고 말았다. 
바로 그것은 ‘가족’ 이라는 그 끈이 얼마나 질긴것인지..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동생이 형을 차마 끝까지 버릴 수 없었던 것은 피로 섞인 ‘가족’ 이라는 그 이유 하나였다.

불행이 시작된 것도 형과 동생이라는 가족.
그 불행을 아무 잘 못도 없는 동생이 다 감수하고 받아 들여야 했던 이유도 가족.
인연을 끊고 산다고 모질게 말했지만, 결국 가족이라는 그 끈 앞에 눈물 흘리고야 마는 그 뜨거운 피 말이다. 

좀 웃기는 이야기 일 지도 모르지만 문득 이렇게 키워 주시고 잘 보살펴 주신 부모님과, 크게 성공?주는 우리 세 오빠들에게 문득 감사했다. 
가족이란 이유로 때론 남들 앞에서 어깨에 무한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또 반대로 그 가족이란 이름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녀 고개 숙이고 다녀야 하는 것! 

그것이 가족인 듯하다. 

요 며칠은 John Lennon 의 <IMAGINE> 을 많이 듣고 다닐 것 같다.

출처<히가시노 게이고 - 편지>, 리뷰를 위한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원래의 저작권이 저작자(출판사)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