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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지 벌써 열흘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회사라는 굴레를 벗어나 가장 처음으로 나는 인천에 있는 ‘승봉도’라는 섬으로 향했다. 다른 계획은 없었다. 단지 그저 남들 다 출근하는 평일에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 그거 하나였다.

지난 5월 2일 월요일 아침,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 40분여를 달려 자월면 승봉리라는 작은 섬으로 들어갔다. 승봉도 이야기는 사진과 함께 차차 하기로 하고, 그렇게 첫날과 이틀을 섬에서 자유롭고 여유 있게 보낸 후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도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다. 신랑을 출근시키고 다시 달콤한 늦잠을 잔 후 느즈막히 시작되는 내 하루가 너무 게으른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을 쪼개어 저녁에 하던 일(청소, 빨래 등)을 낮에 한꺼번에 다 하고 나니 집안일을 그동안 얼마나 쉽게 했었는지 새삼 느끼기도 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근처 재래시장을 찾아 2만원으로 이것저것 장을 본 후,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넣고 나니 뿌듯하기도 이제 정말 나도 가정주부가 된 것 같은 인증을 받은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분을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아직은 ‘어색함’ 이라고 답할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추어 된장찌개를 끓이고 반찬을 만들어 함께 밥을 먹는 저녁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늘 시간에 쫓기어 해먹는 것 보다는 외식을 택했었고, 해 먹더라도 시간이 많이 흘러 대충 먹던 저녁이었는데 남편이 현관문을 들어서고 손만 씻고 밥을 바로 먹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참 큰 행복임을 새삼 느꼈다.

오늘은 근처 도서관에 가서 카드를 만들고 책들을 살펴보았다. 그 전에 도서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그동안 내가 얼마나 편협한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난 그저 늘 같은 틀 안에 갇혀 나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었음을 느꼈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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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6일.

퇴사한지 11일이 지난 후에 쓴 글이다. 참 오랜만에 쓴 글이라서 그런지 뭔가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완성도 못한 글이다. 한 번 글 쓰는 것을 놓아버리자, 다시 글을 쓴다는 것이 참 힘이 들었다. 대단한 글도 아닌데 습관처럼 끼적이던 버릇마저 놓아버리니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이 두려워졌다. 그리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런 두려움은 핑계이고, 그새 편안함에 익숙해져 버린 나는, 이때다 싶어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꾸준하게 쌓아가던 독서량도 절반 정도로 줄었고, 그 책에 대한 서평을 쓰는 일마저 미루기 시작했다. 서평이란 것이, 그때의 느낌을 잘 알고 있을 때 써야 솔직하게, 또 정확하게 내 마음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데 며칠이 지나고 나니 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도 가물거려 버리곤 했다.

그렇게 나의 게으름이 극에 달하고 있을 때, 꾸준하게 나를 격려하고 독려하고 때론 앙증맞게 협박(?)도 해 주던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대단한 것도 없는 나를, 대단한 사람도 아닌 나를 스스로 가두고 만 지하에서 꺼내주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내겐 있던 것이다. 패거리주의가 싫어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그보다 나를 일으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그것을 감수하고서 이벤트까지 벌인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 내겐 있었다. 이 얼마나 송구하고 또 감사한 일인가. 나같은 게 뭐라고. 대체 내가 뭐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대학 대신 선택해야했던 지금의 직장에서 10년 넘게 근무를 하고, 내 찬란했던 20대의 청춘을 다 보낸 곳에서 마지막을 보내는 날, 사장님께서는 끝까지 내 뒷모습을 바라보시며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가족같다는 말이 아닌, 너는 가족이라는 말씀으로 내게 마지막 인사를 하셨다. 가족끼리는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딸 같이 생각하는 니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자리를 비워두겠노라 하셨다. 또 이 말을 해야겠다. 나같은 게 뭐라고..

돌아보면 나는 내가 했던 행동들보다 참 많은 것들을 얻고 산다. 남들과 똑같이 시작하지 못했던 학업을 다시 하겠노라 했을 때, 사장님께서는 필요한 시간은 다 빼 주셨고 직접 파이팅을 외쳐 주시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힘을 보내주고 계셨다. 그렇게 내가 ‘내 20대는 어디로’ 라는 생각을 하며 허탈해 하고 있을 때 사장님은 나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퇴사 후 나의 생활까지도 배려를 해 주셨다. 참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그 큰 사랑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만큼 감사했고,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다시 나를 되돌아보면 나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훨씬 많은 세월이었다. 마치지 못했던 학업도 늦은 나이지만 끝낼 수 있었고, 결혼도 해서 가정도 꾸릴 수 있었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은 이 곳에서 다 이루어졌다. 그래도 나는 바보같이 20대를 별 의미 없이 보냈다고 치부해 버린 적도 많았고, 그래서 더 아프기도 했었다. 서른이 되고, 이제 서른하나가 되어 지난 세월의 나를 돌아보니 ‘참 치열 했구나’ 싶다. 삶의 치열함은 상대적이기에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힘겹게, 힘들게 때론 즐겁게 아주 열심히 잘 달려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채찍질하려 쓴 글이 갑자기 웬 자화자찬으로 흐르지? ^^

이제 다시 시작이다. 놓았던 글, 그냥 끼적거리던 글도 이젠 다시 시작해야지 싶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지 싶다.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깨끗하게 만들고 내일을 또 달릴 수 있게 하는 일, 바로 이거다. 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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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이벤트를 열어 주셔서가 아니라, 제가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사는 사람이지 싶어요. 게을러터져서 미루고 미뤄 글도 제대로 안쓰고 .. 그게 더 깊은 늪이 되어 수렁으로 빠져가고 있던 저에게 썩은 동화줄이 아닌 튼튼한 동화줄을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열심히 한다고, 이젠 빠져나갈 거라고 해놓고 거짓말만 해서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본의가 아닌 게 아니지 않나? 니가 글을 안 쓴 거잖아) ... ...네...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아!! 그리고, 혹시 “쟤들 지네들 끼리 뭐하는 거야?” 라고 얹잖아 하지 마시고요. 어르고 달래고 때론 협박을 해도 제가 제대로 안해서 이렇게 여러분들께 도움을 청해 저를 수렁에서 건지려고 한 것이니 혹시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더불어 제가, 릴레이로 이벤트를 열 계획이니 좀 더 기다려 주시고요.

참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따스한 곳임을 알면서도 .. 그런 마음조차 둘 여유가 없었다니, 참 우습네요. 바쁜것이 아니라 성의가 정성이 부족한 것이었겠지요. 그래서 반성합니다. 글도 자주 쓰고, 자주 인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소중하니까요! (앗, 정글북님 버전입니다 호호)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합니다 ♥♥♥♥♥

여러분사랑해요, 고마워요, 역시북피니언짱